美·日·홍콩 이어 한국까지… 글로벌 ‘빚투’ 신용융자 잔고 사상 최고치 경신

2026년 07월 03일

빚투 신용융자 최고치

미·일·홍콩, 신용융자 잔고 역대 최고치 경신

올해 들어 전 세계 주요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 자금을 빌려 주식에 베팅하는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홍콩 등 금융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포착되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미국 증시의 신용융자 잔고는 1조4156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193조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1월보다 10.7% 증가한 수치이며, 1년 전과 비교하면 53.7%나 급증한 역대 최고 기록이다. 여기에 더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총 순자산도 1887억3000만 달러로 불어났다. 지난해 2분기와 견주면 약 50% 늘어난 규모다.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닛케이 집계에 따르면 도쿄와 나고야 증시의 신용매수 잔고는 지난달 26일 기준 7조167억 엔(약 67조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7조 엔을 돌파했다. 홍콩거래소(HKEX) 통계에서도 올해 1∼5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63억 홍콩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세계 주요 증시 전반에서 차입 투자와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이다.

“복권 당첨 기대 심리”…레버리지가 3중·4중으로 쌓이는 구조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투기 열풍을 넘어 금융 시스템에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진단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마진론(신용거래융자)과 레버리지 펀드를 활용해 주식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는 시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짚었다.

미국 투자회사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 수석시장전략가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복권에 당첨되길 기대하는 심리로 신용을 이용해 레버리지 ETF 옵션까지 매수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는 레버리지를 3중, 4중으로 겹겹이 쌓는 것과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즉, 한 번의 충격이 연쇄적으로 레버리지 청산을 불러올 수 있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각국 금융당국, 리스크 관리 강화에 분주

위험을 인지한 각국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은 잇따라 규제 칼을 빼들고 있다. 미국 FINRA는 지난 6월부터 기존의 일일매매 증거금 규정을 폐지하고, 계좌의 위험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장중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 ‘인트라데이 마진’ 제도를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 대형 증권사 찰스 슈왑은 레버리지 한도를 축소하고 최소 투자금액을 인상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인한 연쇄 손실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일본과 홍콩 당국 역시 유사한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 경제 규모 대비 위험도 더 높다”…골드만삭스 분석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의 상황을 더욱 주시하고 있다. 경제 규모에 비해 신용융자 절대 금액이 큰 데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일 기준 37조3393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까지 치솟았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에 대해 “레버리지 ETF로의 대규모 자금 유입, 옵션 거래 증가, 개인의 신용거래 등이 맞물리면서 기업의 펀더멘털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일일 주가 변동성이 발생하는 구조적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 증시가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빚투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각국 금융당국의 추가 규제가 시장 안정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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