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거래”라던 폴란드-우크라이나 미그29·드론 교환, 결국 파기…우크라이나 약속 불이행
2026년 07월 01일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체결됐던 군사 장비 교환 협정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폴란드 국방장관 블라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슈는 자국 매체 ‘폴사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약속한 드론 역량을 전혀 넘겨받지 못했다”며 더 이상 미그-29 전투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원래 합의가 “매우 공정한 파트너십 기반”이었다고 강조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측이 먼저 조건을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번 교환의 핵심은 폴란드가 보유한 구형 미그-29 전투기와 우크라이나가 자랑하는 최신 드론 기술을 맞바꾸는 것이었다. 폴란드는 퇴역을 앞둔 소련제 전투기를 넘기고, 그 대가로 전장에서 검증된 우크라이나의 드론 운용 노하우와 일부 기체를 확보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약속한 드론 역량의 전수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폴란드가 먼저 칼을 빼 들었다. 코시니아크-카미슈 장관은 양국 외교 갈등이 이 문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반데라 숭배하는 한 EU 가입은 없다”
군사 협력의 좌절은 단순한 장비 문제에서 그치지 않았다. 코시니아크-카미슈 장관은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대해 사실상 ‘조건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경고를 던졌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OUN(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기구)이나 UPA(우크라이나 반군) 같은 단체를 계속 숭배하는 한 EU 가입 과정은 상당한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인에 대한 대규모 학살 혐의로 논란이 된 스테판 반데라를 영웅으로 추앙하는 행태를 직접 겨냥했다. “반데라를 영웅시하는 한 우크라이나는 EU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발언은 역사 문제가 단순한 과거사가 아닌 현실 외교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훈장 반납·회의 보이콧…대통령들의 전면전
양국 정상 간 감정의 골은 이미 깊어진 상태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5월,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의 부대명을 UPA(우크라이나 반군)의 이름을 따서 개명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이 조직은 폴란드인을 상대로 한 학살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준군사 단체다. 이에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즉각 반발하며 “양국 관계에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받았던 훈장을 박탈하는 초강경 대응을 선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훈장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자진 반납하는 사진을 공개해 맞섰다. 더 나아가 지난달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회의에도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폴란드 의회는 2016년 UPA가 저지른 범죄를 대량학살로 규정한 바 있어, 두 정상 간의 충돌은 민간의 감정까지 자극하고 있는 실정이다.
군사 협력의 미래는? 폴란드의 ‘F-35 전환’ 가속화
폴란드는 이미 2023년에 미그-29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고, 올해 1월에도 추가로 9대를 지원하는 계획을 승인한 상태였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전투기들은 모두 소련에서 제작된 노후 기종으로, 폴란드는 이들을 단계적으로 퇴역시키고 미국제 F-16과 최신예 F-35 전투기로 전력을 대체하는 중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번 교환 무산이 폴란드의 전력 공백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전장에서 절실히 필요한 드론 기술을 공유하지 않음으로써 폴란드라는 핵심 지원국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장비 거래 실패를 넘어, 양국이 역사적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군사 동맹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한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가장 적극적인 우방국 중 하나였던 폴란드의 태도 변화는 앞으로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과 서방 통합 속도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 줄 전망
역사 문제로 군사 협력과 EU 가입이 동시에 발목 잡힌 이 상황이 앞으로 우크라이나의 외교 전략에 어떤 전환점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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