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소외론 부활, 30년 지지의 냉혹한 성적표
2026년 07월 01일

6·3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 뒤, 대구에서 국책사업 배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또 한 번 중앙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하지만 정권 교체가 반드시 지역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권력이 주기적으로 이동하며 각 지역이 균형 있게 발전할 기회를 얻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권력의 향방이 아니라, 새로운 정국 속에서 대구가 어떤 준비를 해왔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대구는 지난 30년간 단일 정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지만, 그간의 성적표는 냉혹하다. 광역시 중 최하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지속적인 청년 유출, 신성장 동력의 부재 등이 누적된 결과다. 한 정당을 30년간 밀어준 대가가 이 정도라면, 그 전략은 사실상 실패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지역 내에서는 선거가 끝날 때마다 상대를 탓하고 다음 선거를 기다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순환이 계속된다면 30년 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직 써먹지 않은 두 가지 카드 — 데이터 공장과 핵융합
절망할 상황은 아니다. 대구에는 아직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은 두 개의 큰 기회가 남아 있다. 첫 번째는 위성, 지리정보(GIS), 통계 데이터를 하나로 묶는 ‘위·지·통’ 융합 데이터 산업이다. 세계는 이미 단순 데이터 수집 경쟁을 넘어, 흩어진 정보를 결합하고 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도시 계획, 재난 예측, 농업 관리, 자율주행 인프라, 기후 대응에 이르기까지 이 융합 데이터가 쓰이지 않는 분야가 드물 정도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가 이 결합을 가로막고 있다. 위성영상은 국가 정보 보안 영역, 지리정보는 국토 관리 영역, 통계는 좌표가 없어 융합이 어렵다. 따라서 통계법을 개정해 모든 국가 통계에 좌푯값을 부여하고, 부처 간 규정과 보안 등급의 칸막이를 걷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만약 이런 통계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그 첫 거점을 대구에 둘 가능성이 열린다. 대구는 이미 군사·안보 관련 위성 기반 인프라와 지리정보 연구 역량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통계 융합 기능까지 더해지면, 대구는 단순한 지방 도시를 넘어 국가 데이터 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태양’이 대구에 상륙할 수 있을까
두 번째 기회는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온 ‘궁극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이다. 흔히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이제 실험실을 넘어 상용화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의 한 핵융합 스타트업은 2030년대 초 가동을 목표로 상용 발전소를 짓고 있으며, 구글과 전력 구매 계약까지 체결한 사실이 알려졌다. 데이터센터와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빅테크 기업들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핵융합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한국도 국가 차원의 핵융합 실증·산업화 과제를 준비 중이다. 이 국책사업을 어느 지역이 유치하느냐는 향후 수십 년의 지역 경쟁력을 좌우할 결정적 이슈다. 대구는 첨단 제조업, 정밀 기계·소재 산업의 축적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핵융합 국가산업단지가 더해진다면 ‘인공태양의 도시’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을 수 있다.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수소에너지를 중간 단계로 삼아 인프라를 먼저 확충한 뒤 핵융합 연구·산업 생태계로 이어가는 연속 전략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비판을 넘어 실행으로 — 세 가지 조건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데이터 산업과 에너지 산업의 판도가 통째로 뒤바뀌는 이 시점에, 과거 선거 결과만 들여다보며 탄식에 머물 시간은 없다. 누구를 뽑았느니, 누구 때문에 소외됐느니 하는 말은 이제 접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지역이 직접 들고 중앙으로 갈 구체적인 안건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대구가 진짜 달라지기 위해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정치적 진영을 떠나 두 가지 국책과제(데이터 융합 산업, 핵융합 산업단지)를 공동으로 추진할 범시민·범정파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둘째, 통계법 개정과 핵융합 산업단지 지정이라는 구체적인 입법·정책 과제를 국회와 중앙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셋째,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가 이 의제를 지속적으로 환기하고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0년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비판을 넘어 대안을 실행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대구가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정작 우리 자신의 준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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