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 신고로 드러난 6개월 전 살인사건의 전말
2026년 07월 02일

올해 초 한 운전자의 “대교 중간에 마네킹 같은 게 떠 있다”는 119 신고가 사건의 실마리를 열었다. 지난 1일 오후 4시 49분쯤 경기 양평군 양서면 남한강 용담대교 인근에서 한 시민이 수상한 물체를 목격하고 당국에 알렸다. 소방당국은 즉시 출동해 7번과 8번 교각 사이에서 시신을 인양한 뒤 경찰에 인계했다. 경찰은 이 시신이 지난 1월 14일 서울 강북구 아파트에서 숨진 30대 이모씨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이씨는 동거인 성모(34)씨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는데, 성씨가 “오토바이 주유비를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격분해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 성씨는 시신을 남한강 두물머리에 버렸다. 이후 “이씨와 연락이 끊겼다”는 지인의 신고가 접수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성씨는 용의자로 특정돼 체포됐다.
재판 중에도 찾지 못한 시신
성씨는 이미 기소돼 법정에 서고 있었지만, 가장 핵심적인 증거인 피해자의 시신은 6개월 넘게 행방이 묘연했다. 유족과 수사기관은 매일 매일을 애타게 기다려야 했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검찰은 성씨의 혐의를 입증할 간접증거들을 모아 재판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시신 없이 진행된 재판은 법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한계가 명확했다. 이번 발견으로 사건의 전모가 좀 더 명확해질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의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사건을 최초 수사한 서울 도봉경찰서로 인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봉서는 당초 사건을 맡아 성씨를 검거했던 터라, 시신 감식 결과가 나오면 공소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범행 동기에서 드러난 일상의 그림자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을 넘어 ‘동거인 간 극단적 갈등’이라는 사회적 맥락을 떠올리게 한다. 주유비라는 비교적 사소한 금전 문제가 생명을 앗아가는 비극으로 번졌다. 전문가들은 “동거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스트레스와 의사소통 부재가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두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쌓인 감정이 작은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범행 후 성씨는 시신을 유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약 6개월 동안 아무 제보도 없이 지나갔다. 만약 이날 신고가 없었다면 사건은 영원히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시민의 신고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준다.
수사와 재판, 앞으로의 과제
시신이 발견됨에 따라 법의학적 감정과 DNA 분석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신원이 최종 확인되면 성씨에 대한 법정 공방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변호인 측은 그동안 시신 미발견을 들어 일부 혐의를 다퉈왔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직접적인 증거가 확보된 만큼, 재판부의 판단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유족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마지막 장례라도 치를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과 함께, 다시 한 번 아픔을 마주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 사회적 차원에서 동거 관계 내 폭력 예방과 피해자 지원 시스템이 더욱 정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건은 범죄의 잔혹함뿐 아니라, 사라진 생명이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의 무게를 여실히 보여준다. 진실은 결국 드러나지만, 그 과정이 남긴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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