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력 자제 원칙 한계? 국회 질타 속 드러난 경찰의 ‘주최자 없는 집회’ 딜레마
2026년 07월 02일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과 개표소 봉쇄라는 초유의 사태를 조사 중인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차 기관보고를 진행한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을 향해 여야 의원들의 날 선 질문이 쏟아졌다. 핵심 쟁점은 개표소 주변에서 벌어진 시위를 두고 경찰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었다. 이에 대해 박 청장은 “주최자가 존재하지 않는 집회”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일반 시위와 달리 누군가와 정식으로 교섭해야 할 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집회를 신고한 주최자가 없었기 때문에, 해당 집회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법리 검토 자체가 까다로웠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발언은 경찰이 전통적인 ‘집회 신고-협의-관리’ 프레임 안에서만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물리력 자제’ 원칙 vs ‘사실상 방관’ 비판
의원들은 경찰이 폭행이나 시설 훼손 같은 명백한 불법행위에도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은 점을 집중 추궁했다. 이에 박 청장은 “시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으며, 불법행위를 저지른 개별 시민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경찰이 집단 진압보다는 개별적인 범죄 행위에 주목해 대응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입장은 송파구 선관위와 개표소에 대한 국조특위의 현장 조사 당시 드러난 경찰의 태도와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현장에 배치된 경찰은 군중을 해산시키거나 물리력을 동원하기보다, 개별 시민의 위법 행위를 적발해 사후 처벌하는 쪽에 무게를 둔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응이 결과적으로 개표소 봉쇄를 장기화하고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경찰은 ‘법적 절차에 따른 최선의 선택’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검경 수사 속도전…책임 소재 가려질까
한편, 사태의 또 다른 축인 투표용지 부족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검경 합동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본부는 강남구와 서초구 선관위 관계자 세 명을 잇따라 소환해 투표 당일 비상 보고 체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리고 부족 사태 이후 대응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다.
투표라는 국가적 행사의 가장 기초적인 준비물이 바닥난 사건의 전말과 책임 소재가 어디까지 드러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보고 라인이 끊겼는지, 아니면 보고를 받고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폭행 혐의 구속영장…엄정 대응의 신호탄?
지난달 5일 올림픽공원 일대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두 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강경 대응 수순도 밟혔다. 이는 경찰이 ‘개별적 불법행위에 엄중 대응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사례다.
다만 경찰이 집회 자체의 불법성을 선언하거나 주최자를 특정하는 데는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어, ‘무주체 집회’라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국정조사가 단순한 질타에 그치지 않고, 유사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향후 수사 결과와 국정조사 최종 보고서가 어떤 개선책을 제시할지, 선거 관리 시스템의 사각지대가 온전히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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