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5·18 조롱 ‘스타벅스 응원’ 파문… 야구협회 6개월 출전 정지 철퇴
2026년 07월 03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도중 배재고 선수들이 광주일고를 상대로 내건 ‘스타벅스’ 응원이 큰 파장을 낳았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사건을 연상시키는 내용이었다. 상대팀을 비하하고 특정 역사적 사건을 조롱하는 듯한 이 응원은 학원 스포츠 현장에서조차 혐오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아직 가치관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 선수들이 단체로 이런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 크다. 자신의 감정에는 예민하면서도 타인의 아픔에는 무감각한 이기적인 태도가 단순한 응원을 넘어 사회 전반에 만연한 차별 의식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구협회의 칼날… 6개월 출전 정지와 교육 대책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난 1일 공정위원회를 열고 배재고에 대해 6개월간 전국 대회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조롱 응원을 주도한 선수와 이를 방치한 지도자에 대한 개별 징계도 추가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협회 측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단순 징계를 넘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착수했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협력을 얻어 지도자 및 학생 선수들을 대상으로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다만 협회 공정위가 통상적으로 다루는 금품수수나 승부조작 등과 달리 이번 건은 ‘체육인 품위 훼손’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조항이 적용됐다는 점은 향후 기준 정립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무관용 원칙의 글로벌 스탠다드와 국내 현실의 괴리
해외 주요 리그는 혐오와 차별에 훨씬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나 유럽 5대 축구리그는 인종·종교 비하 행위를 저지른 팬을 경기장에서 즉시 추방하고, 시즌 출입권을 박탈하거나 영구 출입을 금지한다. 선수나 구단 관계자가 SNS에 혐오 게시물을 올리거나 나치 경례 같은 제스처를 취하면 수십 경기 출전 정지와 막대한 벌금이 기다린다.
특히 유럽 축구는 팬들의 인종차별 행위가 심각할 경우 해당 구단에 무관중 경기나 관중석 폐쇄 등 단체 책임까지 묻는다. 이는 혐오 범죄를 개인의 일탈로만 보지 않고 구단 전체의 책임으로 연결하는 확고한 기준이다. 이런 글로벌 추세와 비교하면, 한국 스포츠계의 대응은 아직 미온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사각지대에 방치된 혐오… KBO 규약의 한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2년 규약 개정을 통해 종교·인종·성별 차별 행위와 SNS 명예훼손 등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5경기 이상 출장 정지 또는 50만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야구장 내에서 정치·종교·인종차별을 주장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입장 거부나 퇴장 조치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5월 롯데 자이언츠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자막이 등장한 사건은 이런 규정의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줬다. 당시 노무현 재단의 강력한 항의에 롯데 구단은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시스템을 약속했지만, KBO 차원의 구단 징계는 없었다. 박근찬 KBO 사무총장은 “구단이 공식 사과했고, 문제를 일으킨 협력사 직원이 퇴사해 추가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야구는 전 경기 생중계로 인해 혐오 행위가 상대적으로 드러나기 쉬운 반면, 중계가 없는 아마추어나 학생 스포츠 현장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이러한 틈을 타 차별과 조롱이 독버섯처럼 번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의 이름으로, 혐오 없는 경기장을 향해
이번 배재고 사태는 단순한 응원 과열을 넘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혐오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프로와 아마추어, 학생 스포츠 전반에 걸쳐 통일된 혐오 행위 징계 기준을 마련하고, 교육과 제재를 병행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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