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의 스팀 머신, 11년 만의 귀환에도 가격·성능 논란…PS5보다 60만원 비싼데 성능은 비슷
2026년 07월 01일

11년 만에 밸브가 다시 내놓은 거실형 게이밍 PC ‘스팀 머신’이 출시 직후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핵심 논란은 가격 대비 성능이다. 512GB 모델은 1,049달러(약 163만원), 2TB 모델은 1,349달러(약 209만원)에 책정됐다. 이 가격대는 같은 시점에 팔리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5 디스크 모델(649달러, 약 101만원)과 비교해 기본형만 400달러(약 62만원) 이상 비싸다. 게다가 전용 컨트롤러는 별도 구매해야 한다는 점에서 게이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해외 벤치마크 결과에 따르면, 이 제품의 실질적인 게임 성능은 PS5 일반 모델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4K 해상도에서 60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해 FSR 업스케일링과 프레임 생성 기술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게임 특화’를 내세웠지만 정작 콘솔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제공한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같은 돈이면 더 나은 PC를? 완제품과의 가성비 대결
논란의 핵심은 ‘동일 가격대 윈도우 PC’와의 비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999.99달러(약 155만원)면 RTX 5060 그래픽카드와 16GB 램, 1TB SSD를 갖춘 완제품 PC를 구매할 수 있다. 이보다 50달러 비싼 스팀 머신 기본형(1,049달러)은 저장공간이 절반(512GB)이고, 게임 호환성과 범용성에서도 윈도우 PC에 뒤처진다. 2TB 모델(1,349달러) 역시 라이젠7 5700X와 RTX 5060 Ti, 32GB 램을 탑재한 1,099달러짜리 완제품에 SSD를 추가해도 여전히 스팀 머신보다 저렴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스팀OS가 제공하는 콘솔과 유사한 사용자 경험과 작은 크기, 낮은 소음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그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가격은 시장 기준을 벗어났다”고 분석한다. 특히 일부 안티치트 게임이나 윈도우 전용 프로그램을 구동하지 못하는 점은 게임 PC로서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다.
메모리 논란과 부품 공급난의 딜레마
밸브는 높은 가격의 배경으로 메모리와 저장장치 공급난을 지목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로 인해 부품 가격이 급등했고, 필요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이 여파로 초기 생산분에는 8GB 램 두 장 대신 16GB 램 한 장이 탑재됐다. 밸브는 “성능 차이가 크지 않고 사용자가 직접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외부 테스트에서는 싱글 채널 구성이 게임에 따라 성능 저하를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이밍 PC 시장에서 듀얼 채널 메모리 구성이 사실상 기본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160만원이 넘는 제품에 단일 채널 메모리를 채택한 결정은 소비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1,049달러를 내고 PS5 수준 성능에, 직접 램을 추가로 사서 껴야 한다니 배짱 장사도 정도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게임기 시장 전체의 가격 인상, 하지만 스팀덱이 유독 두드러진다
밸브의 가격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선 게임기 시장 전체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닌텐도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올해 주요 하드웨어 가격을 인상했다. 닌텐도 스위치 OLED는 12%, 스위치2는 17%, PS5 디스크 모델은 27%, 엑스박스 시리즈 S는 33% 각각 올랐다. 그러나 밸브의 휴대용 게임기 ‘스팀덱 OLED’는 인상폭이 압도적이다. 512GB 모델은 44%(89만8천원→129만8천원), 1TB 모델은 50%(104만8천원→157만8천원)나 뛰었다. 사양과 성능은 그대로인 채 가격만 급등한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밸브가 스팀 머신과 스팀덱을 통해 하드웨어보다 플랫폼(스팀 스토어)의 수익성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밸브는 “스팀 머신이 개방형 PC인 만큼, 콘솔처럼 원가 이하로 손해 보며 팔 순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가와 마진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폭리’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소비자 체감 가격은 다른 경쟁 제품보다 크게 높다.
초기 품절과 웃지 못할 해프닝
가격 논란 속에서도 초기 수요는 존재했다. 일본에서는 준비된 물량이 모두 품절됐고, 북미에서는 구매 예약권에 웃돈이 붙기도 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부품 공급난으로 초도 물량 자체가 제한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대중적인 흥행 성공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출시 직후 디브랜드가 선보인 ‘포탈’ 동행 큐브 외장 케이스가 99달러에 판매되는 등 일부 액세서리 가격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결국 핵심은 ‘가격’이다. 성능 대비 가격이 납득 가능한 수준인지, 그리고 스팀OS라는 독자 생태계가 그 차이를 상쇄할 만한 가치를 주는지가 관건이다. 당분간 ‘배짱 장사’라는 비판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밸브의 이번 승부수가 거실용 게이밍 PC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지, 아니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지는 앞으로 몇 분기 동안의 판매 데이터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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