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000억원대 DI동일 시세조종 피의자 4명 전원 구속영장 기각…‘방어권 보장’ 이유
2026년 07월 01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남성 4명이 모두 법정 구속을 피해갔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황중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오후 2시, 김모·정모·신모·장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이들 전원의 영장을 기각했다. 이들은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동원해 DI동일 주식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아왔다.
법원의 결정은 예상보다 신속하게 내려졌다. 황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로 “시세조종 범죄의 성립 여부와 그 범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피의자들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영장청구서가 6만5168건에 달하는 시세조종 행위 각각에 대해 자본시장법 제176조 중 어느 항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이는 피의자들이 자신의 혐의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상당한 장애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법원은 압수수색 절차 자체에 문제가 제기된 점도 주목했다. 검찰이 주요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다는 준항고가 이미 제기돼 있는 만큼, 그 처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고,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도 덧붙였다. 피의자 중 정씨의 경우 현재 암 치료를 받고 있는 건강 상태도 기각 사유에 포함됐다.
‘패가망신 1호’의 전말: DI동일을 겨냥한 정교한 작전
검찰이 밝힌 혐의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이들은 하루 거래량이 많지 않은 DI동일을 표적으로 삼아, 법인 자금과 금융회사 대출 등 1000억원대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후 가장매매와 통정매매 같은 전형적인 시세조종 수법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운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주가조작 기간 동안 DI동일의 주가는 약 2배 상승했으며, 이들의 매수 주문량은 전체 시장 거래량의 3분의 1 수준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수법은 단순한 주가 띄우기에 그치지 않았다. 소액주주 운동을 가장해 DI동일 경영진을 압박,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한 뒤 주가를 관리하며 추가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정황이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NH투자증권·KB증권·교보증권 등 여러 증권사 임직원들이 주가조작 일당에 정보를 흘린 정황도 검찰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합동대응단의 첫 타깃, 그 의미와 논란
이 사건은 단순한 주가조작 사건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이재명 대통령이 불공정거래 척결을 강력히 지시한 뒤 출범한 합동대응단이 처음으로 겨냥한 ‘주가조작 패가망신 1호’ 사건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종합병원·대형학원 운영자, 자산운용사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소액주주 운동가 등 개인 11명과 법인 4곳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첫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수사 초기부터 ‘패가망신’이라는 강력한 레토릭을 내건 사건인 만큼 검찰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원이 방어권 보장과 절차적 정당성을 분명히 강조한 것은, 대규모 금융범죄 수사에서도 기본권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검찰 수사는 계속된다…압수수색 확대와 추가 정황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수사 자체가 무력화된 것은 아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신동환)는 지난 5월 28일 NH투자증권과 DI동일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6월 19일 확보한 압수물 분석 결과를 토대로 KB증권·NH투자증권·교보증권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증권사 임직원들의 정보 유출 정황이 확인되면서 수사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이들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처음 청구했으나 법원의 벽에 막혔다. 하지만 법원이 압수 절차 위법성에 대한 준항고 결과를 기다리라고 한 만큼, 향후 추가 증거나 보완 수사를 통해 재청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업계에서는 “주가조작 자금 규모와 수법의 정교함을 고려할 때, 이번 영장 기각이 수사의 종착점은 아닐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피의자의 기본권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이 사건은 앞으로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합동대응단이 첫 번째 타깃에서 얻은 교훈을 어떻게 수사 전략에 반영할지, 법원의 추가 판단은 언제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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