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 안동, 녹색당 허승규가 ‘우리 함께’로 일군 승리
2026년 07월 03일

경북 안동 지역에서 한국 정당사에 이례적인 이정표가 세워졌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안동시의회에 녹색당 소속 후보가 입성한 것. 허승규 후보는 세 번째 도전 끝에 거대 양당이 내세운 후보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득표 차를 기록하며 당선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통상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분류되는 안동에서 환경과 평화, 소수자를 내세우는 진보정당의 승리는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단순한 의석 확보를 넘어, 지역 정치의 전형적인 공식이 깨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나 혼자’가 아닌 ‘우리 함께’의 캠페인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번 승리가 단순히 후보 개인의 능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선 직후 현장을 찾은 관찰자들은 허승규라는 한 명의 얼굴 뒤에 숨겨진 수많은 ‘얼굴들’을 발견했다. 길거리, 전통시장, 교회, 성당, 심지어 동네 줌바 수업에 이르기까지. 후보와 지지자들은 생활 터전 곳곳에서 유권자와의 접촉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관계’였다. 정책 공약을 외우듯 전달하는 대신, 지지자들이 직접 자신의 삶 속 경험을 통해 그 공약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유권자의 공감을 얻었다. 이는 텅 빈 정치 구호가 아닌,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전략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캠프의 숨은 주역, 젊은 활동가들
이번 선거운동에서 특히 두드러진 특징은 캠프 내 젊은 인력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는 사실이다. 그 중심에는 청소년 시절부터 녹색당에서 활동해온 최혜성 씨가 있었다. 그는 군 복무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안동으로 향해 후보를 보좌하며 선거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했다. 최 씨가 수년간 헌신할 수 있었던 동기에는 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뿐 아니라, 거대 양당 체제에서 소외된 가치를 지켜온 당에 대한 애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녹색당은 주류 정치가 외면하는 환경, 생태, 평화, 그리고 소수자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소수 정당이다. 이들은 이 정당이 ‘대안 정치’를 실험하려는 젊은 세대에게 포용적인 공간을 제공했다고 입을 모은다.
보수적 유권자와의 소통을 위한 ‘불완전한 언어’
허승규 후보는 당선 후 진행한 한 인터뷰에서 진보 정당의 가치를 보수적인 지역 주민에게 설득하는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많은 유권자가 가부장적이고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소통을 위해 일상적인 말투와 대화 방식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상을 평등하게 만들자”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완벽하지 않은 공간에서 타협하고, 상대방의 불완전한 언어와 윤리에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는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대화 자체를 단절하고 적대시하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접근법으로 보여진다.
갈등의 시대, ‘인내’라는 정치의 힘
요즘 우리 사회는 정치적 입장 차이가 개인의 대인 관계를 단절시키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투표용지 부족 논란으로 인한 갈등은 청년층 사이에서도 친구나 지인과의 절연을 초래하는 일이 빈번하다. 과거에는 ‘정치권’에 한정되어 있던 갈등이 이제는 일상의 관계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동의 사례는 정치가 단순한 승패의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서로 입장이 달라도 ‘사이좋게 지내자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다. 안동의 선거는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지난한 설득과 인고의 과정이 정치의 본질임을 웅변한다. 그 인내의 시작은 더 나은 사회를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라는 인식과 애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이러한 풀뿌리 정치의 실험이 안동을 넘어 다른 지역에서도 싹틀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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