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목표주가 76% 급상향…AI 데이터센터 수요에 공급자 우위 시장 부각
2026년 07월 01일

하나증권이 최근 삼성전기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17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상승 폭은 무려 76.5%에 달한다. 투자 의견은 ‘매수’로 유지했으며, 6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추가 상승 여력은 약 37% 수준으로 제시됐다.
이번 목표주가 조정의 배경에는 단순한 실적 추정치 변경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증권 김민경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보고서는 AI 데이터센터용 핵심 부품인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기판의 공급 부족 현상을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했다. 보고서에는 ‘명백한 공급자 우위 시장’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수요 확대보다 공급 제약과 가격 협상력 강화에 주목한 점이 특징이다.
목표주가는 2028년 예상 주당순이익(EPS) 4만9950원에 목표 주가수익비율(PER) 60.73배를 적용해 산출됐다. 이 PER은 일본의 기판 업체 이비덴(IBIDEN)의 2028년 예상 PER에 40%의 프리미엄을 더한 수치다. 애널리스트는 삼성전기가 FCBGA뿐만 아니라 MLCC까지 아우르는 AI 부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프리미엄이 정당화된다고 판단했다.
4500억원 규모 장기 계약…고객사 수급 불안 증거
삼성전기는 최근 약 4500억원 규모의 MLCC 단일 판매·공급계약을 공시한 바 있다. 하나증권은 이 계약을 2027년 1년 동안 AI 데이터센터용 초소형·고용량 MLCC를 공급하는 내용으로 파악했다. 현시점에서 벌써 내후년 물량에 대한 대규모 장기 계약이 체결됐다는 사실은, 고객사들이 중장기적으로 부품 수급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AI 서버용 고부가 MLCC 시장은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Murata)가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구조다. 기술 난도가 높아 후발 업체의 진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으며, 공급자 우위 구도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다만 과거 MLCC 업황이 공급 확대 이후 가격 조정 국면을 겪었던 점을 고려하면, AI 서버용 고부가 제품이 기존 범용 제품과 다른 수급 사이클을 형성할지가 향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적 구조 대전환…컴포넌트·패키지 부문이 먹여 살린다
삼성전기의 이익 구조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하나증권의 수정 후 추정치에 따르면, 올해(2026년) 매출액은 13조4274억원, 내년(2027년)에는 16조783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올해 1조7141억원에서 내년 3조391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눈에 띄는 점은 수익성 개선 폭이 매출 성장 속도를 크게 웃돈다는 것이다. 전체 영업이익률은 2025년 8.1%에서 2026년 12.8%, 2027년에는 21.1%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판매량 증가가 아니라, 고부가 MLCC와 FCBGA의 제품 믹스 개선과 판가 상승이 수익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수치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그 차이는 더욱 선명해진다. 컴포넌트 부문의 영업이익은 2025년 6213억원에서 2027년 2조4571억원으로 약 4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패키지 부문은 1416억원에서 7796억원으로 약 5.5배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부문의 영업이익은 2025년 1505억원에서 2027년 1550억원으로 정체될 것으로 보여, 삼성전기의 투자 매력이 전통 주력 사업에서 AI 인프라 부품 쪽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FCBGA, 대형화·고다층화가 부르는 공급 병목
이번 보고서의 또 다른 핵심 축은 FCBGA 기판이다. AI 데이터센터향 가속기와 서버 CPU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반도체 칩의 대면적화는 FCBGA 기판의 대형화·고다층화로 이어지고 있다. 같은 생산 설비에서도 한 번에 만들어낼 수 있는 기판의 수가 줄어드는 셈이어서, 실제 공급 가능한 물량은 예상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 GPU 세대가 Hopper에서 Blackwell, Rubin, Rubin Ultra로 진화함에 따라 인터포저와 기판 크기는 점점 커지고, HBM도 HBM3에서 HBM4E로 고도화되는 추세다. 패키지 복잡도가 올라갈수록 고사양 기판을 공급하는 업체의 협상력은 높아지지만, 생산 난도와 수율 부담도 덩달아 커진다. 하나증권은 글로벌 기판 업체들이 대규모 증설을 진행하더라도 실제 공급 증가분이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FCBGA 공급 제약이 심화되면 서버용뿐만 아니라 PC와 전장용 기판의 판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이 결국 패키지 부문의 수익성 개선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기가 MLCC와 FCBGA라는 두 축에서 모두 AI 수혜를 입는 독보적인 포지션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AI 투자 속도 둔화는 최대 리스크
다만 이 모든 전망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고부가 MLCC와 FCBGA의 공급 병목이 유지된다는 가정 위에 세워졌다. 만약 AI 투자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거나, 주요 고객사들이 부품 재고 조정에 돌입할 경우 판가 상승과 제품 믹스 개선 속도는 추정치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목표주가에 적용된 프리미엄 역시 향후 실적이 실제로 달성될 때 비로소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기가 AI 인프라 부품 시장에서 공급자 우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주가 향방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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