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재 회동 이후 ‘통합’ 외치면서도 당권 경쟁 격화…진정성 의문
2026년 07월 02일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만찬이 아닌 오찬 자리를 함께했다. 두 사람은 상춘재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눴고, 이 자리에서 민주 진영의 단합과 외연 확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은 단순한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을 넘어, 집권당 내부의 분열 조짐을 봉합하려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8·17 전당대회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당권 주자들 간의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현직 대통령의 화합 무대가 당장 내부 갈등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주자들은 통합을 외치면서도 각자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어, 진정성 있는 단결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주자들의 ‘통합 릴레이’…말과 행동 사이 간극
당권을 노리는 주요 인사들은 이날 회동을 계기로 통합 메시지를 쏟아냈다. 정청래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역사를 바탕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시대를 꽃피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결할 때 승리하고, 분열할 때 패배했다”며 네 분의 대통령 지지층을 아우르는 ‘대통합’을 역설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도 엑스(X) 계정을 통해 이번 만남이 “민주세력의 역사와 시대정신이 하나임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의 단합과 범민주진보개혁세력의 협력은 개혁과 민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치”라며 “존중과 절제의 내부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서 “단합과 확장으로 성과를 만들고, 그 성과로 증명하는 진짜 여당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내 의원들도 가세했다. 김승원 의원은 “두 대통령이 당의 발전과 통합을 위해 뜻을 모은 만큼, 이제 우리도 갈등을 넘어 하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원 의원은 “격조 있는 대화를 지켜본 국민과 지지자들의 마음에 평온이 깃들길 바란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이 단순한 수사(修辭)에 그칠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진보 언론의 쓴소리…’말뿐인 통합’ 경계
진보 성향 언론들도 이번 회동을 계기로 여권의 자정(自淨) 노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겨레는 1일 사설에서 당권 주자들이 일제히 통합을 외친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차기 총선 공천권이 걸린 전당대회 특성상 오찬 회동 한 번으로 상황이 수습되기 어렵다”며 진영 통합과 외연 확장 사이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불씨를 간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같은 날 사설에서 최근 여권 내부의 ‘적통 논쟁’과 상대방의 과거 행적을 들추는 이른바 ‘파묘(파헤쳐 묘를 팠다는 뜻의 비속어)’ 공방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신문은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모적이고 자해적인 공방은 중단돼야 마땅하다”며 생산적인 당권 경쟁을 주문했다. 두 매체 모두 전현직 대통령의 만남이 진정한 통합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쓴소리로 읽힌다.
야당의 신랄한 비판…”정치쇼” vs “코미디”
여권의 통합 분위기와는 달리 보수 야당은 이번 회동을 가차 없이 비난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재명 정부가 그동안 국민의힘을 국정 동반자가 아닌 제거 대상으로 대우해왔다며 “이제 와서 통합을 말해도 국민이 공감할 리 없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집값 폭등과 소득주도 성장 실패로 상처를 남긴 정책을 자랑스럽게 계승하겠다니 한숨만 나온다”고 꼬집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최근 여권 일각에서 나온 ‘호남 반도체 산업 유치가 탈원전과 태양광 사업 덕분’이라는 주장까지 언급하며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코미디”라고 혹평했다. 그는 이번 회동을 “친명·친문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당 내부 결속과 차기 당권 구도 관리를 위한 정략적 이벤트”로 규정했다. 개혁신당 이동훈 수석대변인도 “국민을 갈라치기 해온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국민통합을 외치는 위선적 풍경”이라며 “분열의 상징이 통합을 외치는 정치쇼”라고 비판했다.
진정한 통합의 시험대는 전당대회
이번 청와대 오찬은 여권이 내부 단결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자리였지만, 진정한 통합이 이뤄질지는 전당대회의 향방이 결정할 전망이다. 주자들의 화해 무드가 단순한 쇼로 끝날지, 아니면 실질적인 통합의 발판이 될지는 그들의 다음 행보가 말해줄 것이다.
#정치 #민주당 #통합 #전당대회 #이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