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손실, 금융시장에 220조 원 충격…국가 부채 위험 세계 최초 수치화

2026년 07월 01일

생물다양성 붕괴 GDP 영향

생물다양성 손실이 금융시장에 가하는 충격

영국 서식스대학교, 셰필드대학교, 헤리엇와트대학교 소속 경제학자들이 지난달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학&진화’에 발표한 연구는 생태계 파괴가 더 이상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전 세계 23개국, 약 55억 명의 인구가 포함된 국가경제 모델을 구축해 생물다양성 손실이 금융 시스템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오는지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자연 파괴와 국가 부채 사이의 연결고리를 세계 최초로 수치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연구진은 세 가지 핵심 생태계 서비스가 급속히 무너지는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야생 수분 매개자(벌, 나비 등)의 감소, 해양 어업 자원의 붕괴, 열대림 훼손이 그것이다. 이들은 식량 생산, 원자재 공급, 탄소 흡수 등 경제 활동의 근간을 이룬다. 자연 시스템이 흔들리면 국가 생산성이 하락하고, 결국 정부의 국채 상환 능력까지 약화된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간 220조 원 추가 부담…중국·인도가 직격탄

예상보다 결과는 훨씬 심각했다. 주요 생태계가 부분적으로 붕괴할 경우 각국 정부는 국채 발행 과정에서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1620억 달러(한화 약 220조 원) 규모의 추가 이자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동시에 세계 GDP는 연간 2조 달러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다. 두 나라는 연간 각각 700억 달러, 49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부채 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국가는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15% 이상 증발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는 단순한 환경 리스크를 넘어 국가 재정 건전성 자체를 위협하는 수치다.

83조 달러 자산, 위험 반영 못 한 채 거래 중

더 큰 문제는 현재 국제 금융 시스템이 이런 위험을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은 국가 신용등급을 산정할 때 물가상승률, 국가채무비율, 정치 불안정성 등 전통적 변수에만 의존한다. 생물다양성 손실이나 자연자본 감소는 핵심 변수에서 완전히 빠져 있다.

연구진은 “이 결과 전 세계 약 83조 달러 규모의 금융자산이 자연 파괴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금융시장이 위험을 과소평가했던 상황과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자연은 시장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 어업, 제조업, 에너지 산업 등 거의 모든 산업의 기반이라는 인식이 금융권에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셈이다.

한국도 예외 아니다…꿀벌·오징어·산불이 보내는 신호

한국 역시 생물다양성 손실이 경제로 번지는 징후를 이미 겪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꿀벌 집단 폐사가 반복되고 있는데, 겨울철 이상고온과 기후변화로 개화 시기가 어긋나고 응애 등 질병이 확산되면서 전국 양봉농가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꿀벌은 단순히 꿀을 생산하는 곤충이 아니라 과일, 채소, 곡물 생산 과정에서 핵심적인 수분 매개자 역할을 한다. 이들의 감소는 농업 생산 감소와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다 상황도 녹록지 않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동해와 남해 수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오징어, 명태, 대구 같은 주요 어종 자원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제주 해역에서는 아열대 어종이 급증하고, 한반도 연안 생태계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어획량 감소를 넘어 수산업 기반 경제 전반이 기후변화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산림도 안전하지 않다. 2022년 울진·삼척 대형 산불 이후 기후변화와 산림 생태계 변화는 국가 재난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고온 건조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대형 산불 위험은 매년 증가 추세다. 산림은 탄소 흡수, 수자원 저장, 토양 유지 등 다기능을 수행하는 대표적 자연자본이다. 이 자본이 훼손되면 탄소중립 실패뿐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 경제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은 아직 탄소중립에 갇혀 있다

그러나 한국의 기후정책 논의는 여전히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 전기차 보급 같은 탄소중립 전략에 집중돼 있다. 생물다양성 손실이 경제 시스템에 미치는 구조적 위험은 정책 의제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자연이 경제의 기반이라는 인식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권혁수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은 “2020년 기준 국내 생태계 서비스 6개 분야의 총 가치를 약 34조 원으로 평가했다”며 “자연자본과 생태계 서비스를 가치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연자본공시(TNFD) 제도를 권고해 기업이 생물다양성에 대한 의존도와 영향, 재무적 위험 및 기회를 평가해 투자자에게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는 이미 자연을 경제 시스템의 핵심 변수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유엔환경계획(UNEP) 등 국제기구는 생물다양성 손실을 경제 리스크로 공식화하고 있으며,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 규제 기관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자연 파괴가 국가 부채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지 않는 금융 시스템은 결국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생물다양성 보전이 환경운동의 영역을 넘어 경제정책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아야 할 시점이다.

#생물다양성 #경제리스크 #국가신용등급 #자연자본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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