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앱 못 써서 기차 입석행… SNS 공감 자아낸 ‘디지털 문턱’
2026년 07월 02일

최근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글쓴이는 코레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미리 승차권을 예매한 뒤 좌석에 앉아 기차를 타고 가던 중, 현장 발권만 가능한 고령 승객들이 표를 구하지 못해 입석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엄마도 60대인데 코레일 앱을 사용할 줄 몰라 늘 내가 대신 예매해 드린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어르신들을 위한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디지털 기술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면서, 기차표 예매, 병원 접수, 식당 주문, 택시 호출 등 모든 일상이 스마트폰과 무인기기를 거쳐야 하는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이 모든 세대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곳곳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령층이 체감하는 ‘디지털 문턱’
강남구에 거주하는 최모(75)씨는 최근 처음 방문한 병원 입구에서 키오스크 앞에 서서 당황했다. 그는 “직원 대신 기계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입력해 접수하고 수납과 처방전 발급까지 직접 해야 하니 막막했다”고 회상했다. 조작이 서툴면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 더 긴장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동대문구에 사는 한모(78)씨도 비슷한 경험을 호소했다. 그는 “요즘 무인 편의점과 셀프 계산대가 많아 바코드를 직접 찍고 봉투 선택이나 할인 적용까지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며 “뒤에 젊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느린 것 같아 미안하고, 잘못 누를까 봐 이용 자체를 망설이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런 체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교육부가 실시한 ‘제1차 성인 디지털 문해능력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비율이 18~39세는 8.9%에 불과했지만 60세 이상은 77.7%에 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도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71.8% 수준에 그쳐 다른 취약계층보다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디지털 소외, 생존권 문제로 확대
전문가들은 이러한 디지털 소외 현상이 단순한 기기 활용 능력 차이를 넘어, 이동권과 정보 접근권, 사회 참여 자체를 막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정근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고령층의 디지털 취약 문제는 생활권을 넘어 생존권과도 직결된다”며 “의식주와 밀접한 서비스들이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고령층이 체감하는 불편과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식당, 은행, 관공서 등 공공 서비스의 디지털화 속도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령층이 디지털 환경에서 배제되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고립이 심화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교회, 디지털 돌봄에 나서다
이런 가운데 교회도 디지털 전환의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최근 모바일 주보와 온라인 헌금을 넘어 키오스크를 활용한 헌금 시스템을 도입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헌금 종류를 선택한 뒤 카드로 결제하는 이 방식은 관리의 편의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성도들에게는 새로운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일부 교회는 시스템 도입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소외를 줄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인천 부평구 주안장로교회(주승중 목사)는 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재밌게 배우는 스마트폰 활용법’ 강좌를 열고 있다. 이 강좌에서는 스마트폰 기초 사용법과 메신저 활용, 키오스크 이용법, 보이스피싱 예방법 등을 가르친다.
서울 성북구 장위순복음교회와 청춘행복학교도 ‘시니어 스마트폰 활용 단기 특강’을 마련해 유사한 교육을 진행하며 고령층의 디지털 적응을 돕고 있다. 한 교회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직접 키오스크를 사용해 음식을 주문하거나 병원 예약을 할 수 있도록 실습 위주로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전환, 누구도 소외되지 않기 위해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이 자연스럽게 디지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교회 역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 돌봄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디지털 기술의 진보는 필연적이지만, 그 혜택이 모든 세대에 고루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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