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1.2조 유상증자 발표에 주가 20% 폭락…지분 희석 우려 현실화

2026년 07월 01일

에코프로비엠 유상증자 주가

유증 발표에 시장 ‘패닉’…NXT서 20% 폭락

에코프로비엠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자, 투자자들의 반응은 곧바로 냉랭함으로 드러났다. 장 종료 직후 공시된 이 소식은 다음 거래일인 전날 넥스트레이드(NXT) 시장에서 주가를 20% 가까이 끌어내렸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규모 지분 희석’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에 공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주 발행 규모는 보통주 990만주에 달하며, 이는 기존 발행 주식 총수의 약 10.1%에 해당한다. 예정 발행가는 기준주가보다 20% 낮은 12만1200원으로 책정됐다. 1조1999억원을 넘는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지만, 기존 주주들은 보유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전략적 투자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단기 수급 부담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투자 효과가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니켈 가격과 전기차 수요 등 외부 변수도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부채 대신 주식 선택한 이유

에코프로비엠이 굳이 유상증자를 선택한 배경에는 악화된 재무 구조에 대한 경계심이 자리 잡고 있다. 회사 측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회사채 발행 시 이미 확대된 부채 규모와 단기차입금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으로 재무구조가 더 나빠질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즉, 빚을 더 내기보다는 주식을 추가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실제로 에코프로비엠이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2조1000억원을 넘지만,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1조5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격차만 6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전체 부채비율은 150% 수준으로, 통상적인 건전성 기준(200% 이하)을 넘지 않아 아직 위험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회사채 시장의 금리 급등도 부담 요인이었다. 6월 말 기준 신용등급 AA-의 회사채 금리는 4.4%에 근접했고, BBB- 등급은 10%를 넘겼다. 에코프로비엠의 신용등급은 A(안정적)에서 A(부정적) 수준인데, 이자 비용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전환사채(CB)나 신종자본증권 같은 메자닌(Mezzanine) 금융도 금리 상승으로 매력이 떨어졌다. 2024년 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이자율만 6%에 이른다. 게다가 CB 발행 한도는 정관상 600억원 정도밖에 남지 않아 추가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제3자 배정이 아닌 주주배정 일반공모 방식을 고집한 이유에 대해 회사 측은 “1조원 이상을 한 번에 투입할 전략적 투자자(SI)를 찾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밝혔다. 결국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자금 조달 창구가 유상증자밖에 없었던 셈이다.

1.2조 자금의 행선지: 니켈과 유럽

이번에 조달된 자금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쓰인다. 첫 번째는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BNSI) 지분 확보다. 전구체 원재료인 니켈 공급망을 내재화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이니켈 양극재 제조원가에서 니켈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할 정도로 핵심 원자재다. 에코프로그룹은 이미 인도네시아 IMIP 산업단지 내 니켈 제련소 4곳에 7800억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연간 2만8300톤의 공급량을 확보한 바 있다.

이번 투자는 그 후속작이다. 인도네시아 국영기업 MIND ID 계열의 PT Vale Indonesia, 중국 배터리 소재업체 GEM 등과 손잡고 연간 3만6000톤 규모의 니켈을 추가로 확보하는 게 목표다. 올해 12월 1개 라인 시운전을 시작해 내년 3월까지 완공한 뒤 본격적인 램프업(Ramp-up)에 돌입할 예정이다. 두 산업단지를 합치면 에코프로비엠이 확보하는 니켈 공급량은 총 6만4000톤에 이를 전망이다.

두 번째는 헝가리 공장 양산에 1500억원을 투입하는 일이다. 유럽연합(EU)의 현지화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1년부터 추진해온 프로젝트다. 현재까지 1조5900억원가량이 투자됐고, 2025년 11월 공장이 완공돼 6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유럽 전기 승용차 보급률이 올해 30%에 도달하면 배터리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가 ‘두 얼굴의 평가’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의 전략적 의미와 단기적 부담을 엇갈려 분석한다. iM증권의 박정하 연구원은 “니켈은 하이니켈 양극재 원가의 핵심 재료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조달망과 원가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며 “헝가리 공장은 유럽 전기차 시장이 회복되고 역내 공급망 규제가 강화될수록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BNSI 제련소가 실제 가동 이후 비용 절감 효과를 내는지, 헝가리 공장의 가동률이 실제로 개선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단기 전망은 어둡다. 신한투자증권의 이진명 연구원은 “투자 효과가 실적으로 확인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니켈 가격과 전기차 수요 등 업황 변수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유상증자로 인한 주당순이익(EPS) 희석이 불가피한 만큼, 단기적인 주가 모멘텀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10%가 넘는 신주 발행은 기존 주주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는 소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지만, 시장의 신뢰를 다시 얻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상증자 발표 후 주가가 급락한 것은 투자자들이 단기 리스크를 더 크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승부수, 결과는?

에코프로비엠은 지금이 미래 경쟁력을 위한 ‘초격차 투자’의 적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시장은 당장의 지분 희석과 업황 불확실성 앞에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적인 ‘점프’가 될지, 아니면 과도한 ‘도박’이 될지는 니켈 가격 향방과 전기차 시장의 회복 속도에 달려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당분간 인도네시아 제련소의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지, 헝가리 공장에서 배터리 소재가 찍혀 나오는지에 고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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