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트럼프 정부에 5% 지분 제안…AI 규제와 부의 분배를 둘러싼 새로운 계산
2026년 07월 03일

챗GPT의 개발사 오픈AI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회사 지분 5%를 넘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단순한 지분 제공을 넘어 인공지능 산업이 창출하는 막대한 부를 사회와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 시각)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행정부와의 초기 대화에서 정부 지분 5%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오픈AI의 현재 기업가치는 약 8520억 달러(약 1320조 원)로 평가되는데, 이 기준을 적용하면 5% 지분은 426억 달러(약 66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이번 구상이 나온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AI 규제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대형 AI 기업들이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짓고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면서 일자리와 사이버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첨단 AI 모델 공개를 두고 정부의 심사도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오픈AI는 정부와의 갈등을 피하는 동시에, AI가 만들어낼 경제적 이익을 국민과 공유한다는 명분을 통해 정치적 부담을 낮추려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래스카 모델과 66조원의 의미
오픈AI 측이 구체적인 참고 모델로 거론한 것은 알래스카 영구기금이다. 이 기금은 주정부가 석유 자원 개발 수익을 투자해 그 이익을 주민과 주정부에 환원하는 구조다. 오픈AI는 이와 유사하게 미국의 주요 AI 기업들이 일정 지분을 공공 성격의 기구에 제공하고, 그 수익을 국민이 나누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상에는 오픈AI뿐 아니라 앤스로픽, 구글, 메타플랫폼스 등 다른 AI 기업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동참하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 같은 제안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민간 기업의 지분을 정부나 공공기관이 보유하는 방식은 미국 기술 업계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빅테크와 AI 스타트업들은 정부의 개입이 경영 자율성과 혁신 속도를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식 산업 개입과 초당적 의제
이번 논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산업 정책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인텔 경영진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이후, 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취득하며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전략 산업에 대해 단순한 보조금이나 규제를 넘어, 지분 참여를 통해 정부가 직접 이해관계를 가지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AI는 반도체와 함께 미국의 핵심 전략 산업으로 부상했다. 기술 패권, 국방, 사이버 안보, 생산성, 노동시장 등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픈AI의 지분 제안은 정부와 AI 기업의 관계가 단순한 규제자와 피규제자의 틀을 넘어설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보다 더 과감한 공공 지분 확대를 주장해 왔다. 그는 AI 기업의 성장 이익이 소수 투자자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고, 국부펀드 형태로 국민이 직접 지분을 소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트먼 CEO는 샌더스 의원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등 핵심 인사와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오픈AI가 이 문제를 초당적 정치 의제로 관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상장 리스크와 업계의 미묘한 줄타기
오픈AI와 앤스로픽은 각각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상장은 기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평가 이익을 안겨주고 회사의 소유 구조를 넓히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AI 기업의 가치가 수백조 원에서 1000조 원대로 치솟을수록 정치적 반발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대중은 AI가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일자리 대체, 개인정보 침해, 안보 위험, 전력 소비 급증에 대한 불안을 동시에 품고 있다. AI 기업들이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동안 그 비용과 위험은 사회가 부담한다는 비판도 따라다닌다.
오픈AI의 5% 지분안은 이런 비판을 완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상장으로 얻는 이익 일부를 공공이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면 AI 기업의 성장에 대한 정치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FT는 “이 논의는 아직 개념적 단계이며 실제 실행에는 의회의 입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즉, 오픈AI의 제안이 곧바로 합의나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관건은 이 모델이 확산될 수 있느냐다. 오픈AI 한 곳의 참여만으로는 산업 전체의 부의 배분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 앤스로픽, 구글, 메타 등이 동참해야 새로운 공공 지분 모델이 현실화될 수 있지만, 빅테크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제안은 AI 규제 논쟁이 전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안전성이나 저작권을 넘어, AI가 창출하는 부의 분배와 정부의 역할이라는 거시적 질문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오픈AI가 던진 이 작은 돌멩이가 AI 업계와 정치권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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