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1,554.90원 폭락…15년 만에 최저, ‘엔저·강달러·외인 매도’ 삼중고
2026년 07월 01일

7월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장 종가로 기록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50원 오른 1,554.90원을 나타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5일 이후 무려 15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에는 한때 1,559.20원까지 치솟으며 1,560원선 턱밑을 위협했고, 저점은 1,547.50원을 기록해 하루 변동 폭만 11.70원에 달했다. 장 시작 가격은 전장보다 0.40원 높은 1,549.80원이었으나 오전 내내 상승 폭을 키워가다 오후 들어 일시적으로 보합권까지 주춤했다가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트리플 악재: 엔저·외인 매도·강달러가 원화 발목 잡아
이번 환율 급등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엔화 가치의 가파른 하락이 꼽힌다. 달러-엔 환율은 전날 162엔대까지 돌파하며 40년 만의 신기록을 세운 뒤 이날도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일본 외환당국이 잇따라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시장은 이를 무시한 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규모 실제 개입(실개입)이 단행되지 않는 한 엔화 약세 추세가 꺾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달러 인덱스가 101선 위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점도 원화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강력한 달러 수요가 지속되면서 하락 여지를 주지 않은 셈이다.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순매도가 9거래일째 이어지면서 달러 수요를 끌어올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외국인이 1조7천억원어치 주식을 내다팔았고, 코스닥과 넥스트레이드까지 합산하면 순매도 규모는 2조1천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매도 물량은 고객 예탁금을 관리하는 커스터디(custody) 은행의 달러 매수로 이어져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통화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이 달러선물을 약 2만9천계약 순매도하며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가했다.
상단을 누른 요인들: 중공업 물량과 당국 경계감
그러나 환율이 무한정 오르지 못한 이유도 존재했다. 조선업계 대형 수주 소식이 대표적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8천85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특수선 및 운반선 수주 계약을 발표한 직후, 중공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한 은행 딜러는 “해당 물량이 시장에 나왔지만 흐름 자체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며 “달러 인덱스의 매수세가 너무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높아진 레벨에서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상단을 제한하는 구실을 했다. 아울러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달러 매도 물량도 일부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전망과 글로벌 변수: 엔저에 제동 걸리지 않으면 추가 상승 불가피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른 은행 딜러는 “숏(매도) 포지션을 취하려는 움직임이 거의 없고,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도 충분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엔화 약세 흐름이 멈춰야 하는데 일본 당국이 실제 개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엔저를 그대로 방치하면 달러-원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날 밤 미국에서는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ADP 고용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추가적인 방향성을 가늠할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장보다 0.06% 내린 6.8067위안으로 고시했다. 코스피는 2.04% 하락한 8,303.41에, 코스닥은 1.44% 상승한 929.35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시각 달러-엔은 162.718엔,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955.82원, 유로-달러는 1.14038달러, 달러 인덱스는 101.320을 각각 기록했다.
엔화의 방향성이 원화 운명을 쥔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당국의 실질적 개입 여부에 따라 추가 급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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