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SMFG, 저금리·빅테크 압박 속 통합 금융 플랫폼 ‘올리브’로 DX 가속
2026년 07월 01일

일본 최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 파이낸셜 그룹(SMFG)이 디지털 전환(DX)의 전면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일본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전통적인 은행업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 여기에 라쿠텐, 구글, 아마존 같은 비금융 기업들이 금융 시장에 속속 진출하면서 경쟁 구도가 급변했다.
SMFG는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스마트폰 보급 확산이라는 흐름에 발맞춰 모바일 중심의 서비스를 기획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통합 금융 플랫폼 ‘올리브(Olive)’다. 단순히 기존 서비스를 모바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은행과 카드, 증권, 보험 등 카테고리별로 분절되어 있던 기능들을 하나의 앱 안에서 끊김 없이(심리스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핵심이다.
‘디자이너를 직접 뽑아라’…남다른 개발 철학
올리브의 가장 큰 차별점은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에 막대한 공을 들였다는 데 있다. SMFG의 디지털 혁신을 총괄하는 시라이니 나오키 그룹 집행임원 겸 부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IO)는 “아무리 기능이 많아도 사용하기 어려우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은행이 직접 디자이너를 채용해 앱 개발에 투입하는 파격적인 방식을 택했다. 일본 금융권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접근 덕분에 고객 중심의 디자인과 모바일 퍼스트 전략이 현실화될 수 있었다. 올리브는 단순히 복잡한 내부 시스템을 그대로 노출하는 대신, 고객이 실제로 보는 앱 화면을 새롭게 설계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를 통해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사용자에게는 직관적이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
개방형 협력과 비금융 서비스 확대…성장의 두 축
올리브는 현재 연간 계좌 신설 실적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올해 5월 기준으로 800만 개 이상의 계좌를 확보하며 SMFG의 리테일 전략을 견인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금리 인상 기조 역시 예금 잔액 증가로 이어져 순항 중이라는 평가다.
시라이니 임원은 경쟁사들이 빠르게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개방성’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다. 검증된 외부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오픈 전략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서비스 기준만 충족한다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협업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여행 분야에서는 호퍼 테크놀로지와 손을 잡았고, 헬스케어 영역에서는 일본 스타트업 플러스메디(Plus Medi)를 인수했다.
비금융 서비스 확대는 단순히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함이 아니다. 시라이니 임원은 “비금융 서비스가 은행 본업의 수익을 대체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이는 차별화 요소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올리브 플랫폼에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도입해 다른 금융사와는 다른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고객 기반을 넓히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한국 금융권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시라이니 임원은 한국 금융지주사들이 슈퍼앱 경쟁에서 고전하는 이유에 대해 “전통 금융회사가 슈퍼앱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시스템이 복잡한 데다, 새 디지털 서비스를 연결하는 과정이 기술적으로 높은 난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반면 네이버 같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반대의 접근 방식, 즉 디지털 서비스를 먼저 만들고 뒤에 금융 기능을 추가하는 구조여서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리브의 사례는 기존 금융사의 복잡한 내부 구조를 무조건 뜯어고치기보다, 고객과 맞닿는 접점(프론트엔드)을 혁신하는 전략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SMFG가 선택한 ‘열린 플랫폼’과 ‘디자인 중심 개발’이라는 접근법이 향후 다른 금융사들에게 하나의 벤치마크가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디지털 전환의 성공 여부는 결국 기술력보다 고객의 일상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스며드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올리브는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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