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발에 9조 달러 증발→AI 반도체가 7조 달러 회복시킨 글로벌 증시 롤러코스터
2026년 07월 02일

올해 상반기 세계 증시는 이란과의 전쟁이라는 최악의 지정학적 악재를 겪으면서도 인공지능(AI) 반도체라는 강력한 동력 덕분에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시가총액 9조 달러가 한 달 만에 증발하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지만, 상반기를 마감한 현재는 지난해 말 대비 약 7조 달러가 증가한 상태로 집계됐다. 시장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3월에는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선까지 치솟았고, 이에 따른 물가 불안 재부각으로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급격히 식었다. 유가 급등과 고금리 부담은 기업 실적과 투자 심리를 동시에 짓누르는 이중고였으며, 글로벌 증시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ACWI 지수는 상반기 전체로 10% 상승했으며, 특히 2분기 상승률은 12.2%에 달해 2020년 이후 가장 강력한 분기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AI 반도체를 향한 자금이 시장 곳곳에 유입되면서 전쟁 우려를 극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기적인 패닉셀링 이후, 빠르게 돌아온 매수세가 증시를 반등시켰다는 설명이다.
한국 코스피 100% 급등…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견인
국가별로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한국 코스피는 상반기 동안 100% 폭등하며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수혜株로서 집중적인 매수 대상이 된 덕분이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도 34% 상승하며 강세 대열에 합류했다. 역시 키옥시아와 소프트뱅크그룹 등 반도체 관련주의 주가 상승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미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온도 차가 있었다. S&P500 지수는 상반기 8%, 나스닥 종합지수는 13% 오르는데 그쳤다. 주목할 점은 2024년과 2025년 시장을 주도했던 ‘매그니피센트7’ 종목군이다. 이들은 2분기 6% 상승했지만 상반기 전체로는 7% 하락하며 예전 같은 독주 체제를 유지하지 못했다. 시장의 주도권이 AI 반도체 관련주와 일부 비(非)미국 시장으로 분산되는 조짐이 포착된 셈이다.
엔화는 폭락, 금값은 추락…외환·원자재 시장은 혼란
증시와 달리 외환과 원자재 시장은 전쟁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역대급 규모인 11조 7천억 엔을 투입했지만, 엔화는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일본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미국의 고금리 기조 간 괴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엔저 현상이 글로벌 자금 흐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값마저 약세를 면치 못했다. 6월 한 달 동안 금값은 12% 넘게 급락하며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도 2013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통상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금으로 자금이 몰리지만, 이번에는 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이는 시장이 단순한 위험 회피보다는 금리와 달러 강세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의존도 높은 반등…하반기 변동성 경계해야”
시장 전문가들은 상반기 증시가 전쟁, 유가 급등, 금리 인하 지연, 통화가치 변동이라는 ‘4중고’ 속에서도 꽤 강한 회복력을 보여줬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 같은 회복력의 상당 부분이 AI 반도체와 일부 대형 기술주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하반기 리스크로 꼽힌다. 특정 업종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될수록 외부 충격에 따른 급락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변수들이 산적해 있다. 엔화 약세의 추가 진행,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정책 방향 전환,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시장의 방향성은 AI 반도체에 대한 투자 열기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지, 그리고 지정학적 충격이 실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지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AI 반도체의 힘’이 얼마나 버텨줄지가 하반기 증시의 최대 변수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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