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진 회장의 모멘티브 인수, KCC를 AI·반도체·전기차 수혜주로 재평가하다
2026년 07월 01일

KCC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과거에는 건자재 업황에 따라 기업가치가 출렁이는 건설 관련주로 인식되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실리콘과 도료를 양대 축으로 삼는 스페셜티 소재 기업으로 재평가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의 시선 변화를 이끈 결정적 계기는 단연 정몽진 회장이 추진한 모멘티브 인수였다. 이 인수합병이 단순한 덩치 키우기에 그치지 않고 AI·반도체·전기차 산업이라는 거대한 흐름과 맞물리면서 KCC를 새로운 수혜주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보유 자산가치와 주주환원 정책까지 동시에 부각되면서, 기업가치를 다시 매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증권가에서도 나오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KCC에 대해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75만원을 제시하며, 실적 개선 이상의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AI·반도체·전기차, 실리콘 사업의 판을 바꾸다
KCC의 실리콘 사업에서 나타난 변화는 가장 뚜렷하다. 모멘티브를 인수하기 전만 해도 건설·산업용 범용 소재 비중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전기전자, AI 서버, 반도체 패키징, 전기차, 헬스케어 등 첨단 산업으로 수요처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열관리 시스템에서부터 전기차 부품, 반도체 패키징 소재까지 실리콘의 적용 범위는 계속 넓어지는 추세다. 특히 고객사 인증과 공동 개발이 필요한 고기능 제품 부문은 진입장벽이 높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외부 환경도 KCC에 우호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원재료인 메탈실리콘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는 반면, DMC 가격은 저점을 통과해 회복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원가 부담이 줄고 제품 가격이 개선되면서 수익성을 되찾을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유기실리콘 업계의 구조조정도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따른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비효율 설비가 정리되는 데다 글로벌 업체들까지 생산 조정에 나서면서, 한때 시장을 짓눌렀던 공급 과잉 우려가 점차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선박용 도료, 안정적 이익의 버팀목
KCC의 도료 사업은 실리콘 못지않게 중요한 수익 기반이다. 한때 건축용 도료에 치우쳐 있던 구조에서 벗어나, 자동차용과 선박용 도료 비중을 꾸준히 늘려온 결과다. 현재 도료 사업 매출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와 선박 관련 제품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동차 도료 시장은 완성차 업체의 품질 인증을 받고 장기 공급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분야라, 한번 판로를 확보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선박용 도료 역시 가격보다 기술력과 성능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성능 도료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시장 변화는 KCC의 수익성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KCC 도료 사업부 매출은 2020년 1조2000억원에서 2025년 1조9000억원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41억원에서 2194억원으로 급증했고, 영업이익률은 4.4%에서 11.5%로 치솟았다. 고부가 제품 비중이 늘어난 덕분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자산가치와 자사주 소각, 또 다른 투자 포인트
KCC의 투자 매력은 본업 실적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회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HD한국조선해양 지분 가치도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주요 상장사 지분 가치가 연이어 부각되면서 KCC의 순자산가치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주주환원 정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KCC는 현재 보유한 자사주 117만주를 2027년 9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소각할 계획을 세워뒀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실리콘 업황 회복 기대와 자산가치 부각, 주주환원 강화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모양새다.
시장 일각에서는 KCC의 변화를 단순한 업황 회복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몽진 회장이 밀어붙인 소재 중심 사업 재편이 이제 막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AI와 반도체, 전기차 산업 성장에 따른 실리콘 수요 확대와 자동차·선박용 도료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 거기에 보유 자산가치와 주주환원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KCC는 스페셜티 소재 전문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구조적 변화가 KCC의 기업가치 재평가 국면을 얼마나 가속화할지, 증권가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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