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피지컬 AI·AIDC 3대 메가프로젝트 국가전략산업 지정…국산 NPU 칩 데이터센터 도입 본격화
2026년 07월 0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세 가지 분야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에는 반도체, 피지컬 AI(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그리고 AI 데이터센터(AIDC)가 포함됐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추론 시장은 개방형 생태계”라며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모빌린트 등 국내 NPU(신경망처리장치) 기업들을 직접 언급했다. 여러 해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상용화 단계에 도달한 국산 AI 칩을 정부 주도 인프라에 적극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역시 같은 보고회에서 산업 대도약 비전과 성장전략, 반도체 2.0, 피지컬 AI 관련 내용을 발표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정책 선언을 넘어 실제 데이터센터 건설과 인프라 투자로 이어질 예정이라,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엔비디아 독점 체제에 균열…추론 시장에서 국산 NPU가 주목받는 이유
현재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사실상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GPU 매출의 약 86%를 엔비디아가 차지하고 있으며, AI 추론 칩 시장에서도 74%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AMD(10%)와 인텔(4%)이 그 뒤를 쫓고 있지만 격차는 상당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AI 지출은 2조5000억 달러(약 3888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중 절반 이상이 서버·가속기·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에 쏠릴 전망이다.
그러나 AI 기술의 무게 중심이 ‘학습(training)’에서 ‘추론(inference)’으로 옮겨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학습 단계에서는 압도적인 연산 성능이 필수지만, 실제 서비스를 구동하는 추론 단계에서는 전력 효율과 비용이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내 NPU 기업들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격차로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 기업이, 저전력·고효율을 무기로 삼아 엔비디아의 대체재로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 프로젝트가 실제 데이터센터 건설과 직결되는 만큼, 외산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생태계를 조성할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리벨리온·퓨리오사AI, 이미 유니콘 등극…대형 투자로 실탄 확보
이번 메가프로젝트의 주요 수혜자로는 국내 대표 NPU 스타트업인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가 꼽힌다. 두 기업은 이미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 반열에 올라 있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SK텔레콤 계열사 사피온과의 통합법인을 공식 출범했으며, 기업가치 3조 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해 약 6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데이터센터용 AI 추론 칩 ‘아톰(ATOM)’과 자체 개발 칩 ‘리벨(REBEL)’ 등 통합 역량을 갖췄다. 리벨리온은 이번 정부 프로젝트에서 국내 메모리·파운드리 업체와 협력을 강화해 국산 공급망 기반의 AIDC 인프라 공급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퓨리오사AI 역시 지난해 유니콘으로 도약했다. AI 연산에 특화된 고성능 추론용 NPU ‘레니게이드(RNGD)’ 양산에 돌입했으며, 최대 180W 수준의 전력 설계(TDP)를 바탕으로 성능 대비 전력 효율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이 회사는 8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미 삼성·LG 등 국내 주요 글로벌 기업들과의 상용화 검증을 마쳐 기술적 안정성을 증명했다. 퓨리오사AI는 이번 프로젝트를 발판 삼아 국내외 AIDC 공급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
“기존 로드맵 연장선…대규모 수요처 확보가 핵심”
양사 관계자들은 이번 정부 발표를 기존 사업 방향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대규모 수요처를 확보할 기회로 보고 있다는 반응이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성공적인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외산 제품에 의존하기보다 국산 AI 반도체 중심의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이미 공공 및 제조 분야에서 기술검증(PoC) 경험을 축적해온 만큼, 피지컬 AI나 데이터센터 관련 공공사업에서 NPU 활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퓨리오사AI 관계자 역시 “정부 발표가 당사의 기존 사업 방향과 직접적으로 부합해 기대감이 크다”면서 “핵심 역량을 메가프로젝트 인프라에 안착시키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해 정부 과제가 빠르게 실현될 수 있도록 돕고, 데이터센터 제품 도입과 확산 과정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의 국내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산 NPU 생태계를 확보하는 것은 단순한 기업 이익을 넘어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실제로 국산 AI 반도체의 상용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정부의 후속 실행 계획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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