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년 내 피지컬 AI 세계 1강 청사진 공개…제조업 강점 활용
2026년 07월 0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제조업의 강점을 발판 삼아 피지컬 AI 분야 세계 1강에 도전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정부는 3년 안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후 기술과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는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송창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바이스AX혁신팀 팀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피지컬 AI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제조 역량과 AI 기술을 모두 가진 한국이 적기에 지원받으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를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세계 1강 달성을 목표로 삼겠다”고 역설했다.
이번 실행계획은 단순한 기술 개발 지원을 넘어, 데이터 확보, 실증 인프라 구축, 표준화 주도까지 아우르는 종합 로드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정부가 피지컬 AI를 ‘수출 강국’의 축으로 삼겠다는 점은, 최근 글로벌 AI 경쟁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틈새를 파고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AI 선도 국가들과의 기술 격차를 3년 안에 좁히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데이터 확보의 딜레마…실데이터 5년 걸리는데 합성데이터로 돌파구
피지컬 AI 상용화의 최대 과제는 학습 데이터 확보다. 정부는 실데이터, 합성데이터, 범용데이터를 적절히 조합해 AI를 훈련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송 팀장에 따르면, 사람이 전문가가 되기 위해 1만 시간이 필요하듯 로봇도 1만~20만 건의 데이터를 학습 기준으로 삼는다. 문제는 이 정도 규모의 데이터를 사람이 직접 수집하려면 하루 8시간씩 쉬지 않고 작업해도 약 5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우선 합성데이터의 비중을 높여 기초 역량을 확보한 뒤, 그 틈에 실데이터를 확보해 암묵지 데이터로 학습량을 폭발적으로 늘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송 팀장은 “어린아이가 피아노를 배울 때 기초부터 시작하듯, 피지컬 AI도 처음부터 현장의 암묵지 데이터를 학습하기는 어렵다”며 “범용데이터로 기본기를 다진 뒤 특화된 현장 데이터로 빠르게 고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감안해, 정부 사업과 민간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한 방울도 버리지 않기 위해 ‘범부처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기업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북엔 로봇 24시간 공장, 경남엔 사람-AI 협업 현장…지역별 실증랩
정부는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실증 인프라도 함께 조성한다. 전북에는 피지컬 AI 실증랩을 세워 사람의 노동 없이 로봇이 24시간 내내 제품을 생산하는 ‘다크팩토리’를 시험 가동할 계획이다. 경남은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제조 환경 구축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함께 국내 13개 핵심 뿌리공정 분야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실제 동작으로 연결하는 AI 모델을 개발한다.
이런 지역 특화 전략은 한국 제조업의 생태계를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전북은 전통적으로 자동차 부품과 기계 산업이 집중된 지역이고, 경남은 조선과 중공업의 중심지다. 정부는 각 지역의 강점 분야에서 피지컬 AI를 먼저 적용해 실증 데이터를 축적한 뒤, 이를 전국으로 확산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대규모 실증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제조 넘어 국방·돌봄·의료로…범부처 협력과 글로벌 표준 주도
정부는 피지컬 AI의 적용 분야를 제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향후 국방, 돌봄, 의료 등 전 분야로 확산하기 위해 범부처 협력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송 팀장은 “피지컬 AI는 아직 안전성, 신뢰성, 표준 등 객관적인 성능 지표조차 글로벌 차원에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도권을 잡아 세계적인 평가 기준과 표준을 만들 수 있도록 글로벌 협력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도규 정보통신정책실장은 “피지컬 AI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지만, 결국 가장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분야는 제조업”이라며 “조선 등 제조업 기반을 갖춘 한국은 구체적인 제조 데이터를 가진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 등이 월드모델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분야에서 앞서가지만, 국내에도 분야별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있다”며 “정부가 이들을 유기적으로 엮어 시너지를 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진단했다. 내년부터 피지컬 AI 관련 본예산이 본격 투입되면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정부의 이번 청사진은 한국이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제조 특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실제 실행력과 민간 기업의 참여가 성패를 가를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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