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하이저, 밀폐형 한계 넘는 ‘진동 감쇄 시스템’ 탑재 HD 480 PRO 공개

2026년 07월 01일

젠하이저 HD 480 PRO 헤드폰

밀폐형의 딜레마, 진동 감쇄 시스템으로 돌파하다

젠하이저가 프로 오디오 라인업에 새 멤버를 추가했다. 이름은 HD 480 PRO. 이 제품은 스튜디오 녹음, 트래킹, 라이브 현장 등을 겨냥한 유선 밀폐형 모니터링 헤드폰이다. 오픈형 모델에 비해 공간감이 부족하고 저음이 뭉개지기 쉬운 밀폐형의 고질적 단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핵심 기술은 ‘진동 감쇄 시스템(Vibration Attenuation System)’이다. 내부 반사와 불필요한 진동을 억제해 소리의 윤곽을 선명하게 만드는 구조라고 젠하이저 측은 설명한다. 여기에 다단계 수동 차음 설계를 더해 외부 누음을 최소화했다. 실제로 재즈나 베이스가 강조된 클래식 음악을 재생했을 때, 더블베이스의 현 질감과 울림이 비교적 또렷하게 전달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킥드럼과 베이스 라인도 중고역을 가리지 않고 아래에서 단단히 받쳐주는 성향이라, 저음이 많은 장르에서도 전체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공간감도 밀폐형치고는 상당히 넓게 구현됐다. 보컬의 미세한 숨소리나 스튜디오의 잔향까지 자연스럽게 표현해 인위적인 과장 없는 입체적 무대감을 제공한다. 이러한 특성은 진동 감쇄 시스템이 밀폐형 특유의 답답한 통울림을 상당 부분 제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장시간 착용 시 밀폐형 구조 특유의 열감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67만5천 원의 가치, 기능과 마감 사이의 줄타기

HD 480 PRO의 실측 무게는 케이블 제외 273g으로 밀폐형 중에서는 가벼운 축에 속한다. 하지만 경량화를 위해 하우징 대부분에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됐다. 67만5천 원이라는 가격을 고려하면 프리미엄 감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손에 쥐었을 때 묵직한 촉감을 주는 경쟁 제품들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젠하이저는 이 점을 작업 현장에서 쓰는 ‘도구’라는 관점에서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화려한 장식 없이 블랙 컬러로 통일된 디자인은 무대나 녹음실에서 튀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 집중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이 제품은 38mm 다이내믹 드라이버(네오디뮴 마그넷)를 탑재했으며 임피던스는 130Ω이다. 주파수 응답 범위는 3Hz에서 28,700Hz(-10dB)까지, 감도는 107dB SPL(1kHz/1Vrms)에 달한다. 스마트폰에 직결하는 용도가 아니라 오디오 인터페이스나 전용 헤드폰 앰프와 함께 써야 진가를 발휘하는 제품이다. 구성품으로는 3m 코일 케이블, 3.5mm 플러그, 6.3mm 어댑터, 보관용 파우치가 제공된다.

안경 착용자도 배려한 세심한 설계의 가치

착용감 측면에서 눈에 띄는 점은 ‘스페셜 액시스 지오메트리(Special Axes Geometry)’다. 머리 모양에 관계없이 압력이 특정 부위에 집중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구조다. 특히 안경 착용자를 위해 이어패드 안쪽에 ‘컴포트 존(Comfort Zone for Glasses)’을 마련해 안경다리가 눌리는 압박감을 크게 줄였다. 실제로 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 수 시간 작업해도 템플 부위의 불편함이 적다는 후문이다.

실용적인 세부 설계도 돋보인다. 좌우 구분을 점자로 표시해 어두운 백스테이지에서도 빠르게 착용할 수 있다. 케이블은 좌우 이어컵 어느 쪽에나 자유롭게 꽂을 수 있어 작업 동선에 맞게 유연하게 연결할 수 있다. 이어패드와 케이블은 교체가 가능해 유지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프로 라인업 완성, 선택의 폭이 넓어지다

이번 HD 480 PRO의 출시로 젠하이저는 프로 오디오 라인업에서 오픈형 플래그십 HD 490 PRO와 밀폐형 선택지를 모두 갖추게 됐다. 이러한 라인업을 동시에 보유한 브랜드는 많지 않다. 이는 스튜디오와 라이브 현장 등 다양한 환경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에게 더 넓은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업계 관계자는 “밀폐형 헤드폰은 녹음 시 소리가 마이크로 새는 현상을 막아주는 필수 장비지만, 그동안 음질과 착용감에서 타협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젠하이저가 이 제품을 통해 보여준 기술적 접근은 해당 분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67만5천 원이라는 가격대에서 플라스틱 마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진동 감쇄 시스템이 구현해낸 선명한 저음과 예상 이상의 공간감이 이를 충분히 상쇄한다고 평가한다.

전망: 작업 장비 시장에 던지는 신호탄

HD 480 PRO는 일반 소비자를 위한 오디오 기기가 아니다. 헤드폰에서 새는 소리를 철저히 차단해야 하는 녹음 환경, 라이브 현장에서의 정확한 모니터링에 집중해야 하는 작업자들을 위해 설계된 전문 장비다. 원음 그대로의 해상도와 정확한 저음을 원하는 오디오 애호가들에게도 밀폐형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진가는 녹음실과 무대 위에서 더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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