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 공유제·성과급 백지화… 진실과 거짓을 섞은 ‘지라시’가 키우는 정책 불신
2026년 07월 01일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정부 정책을 왜곡한 글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초과이익 공유제, 성과급 백지화, 코스피 급락, 부동산 세금 등이 주요 타깃이 됐다. 이른바 ‘지라시’(출처가 불분명한 사설 정보지)로 불리는 이 글들은 사실과 허위를 교묘히 섞어 짜깁기한 형태로,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 유포된 한 글에는 정부가 7월 중 싱크탱크를 통해 대기업의 초과이익 환원 방안을 연구하고, 이익 일부를 하청업체·중소기업·노동자·국민에게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국민공유부·국민배당금·초과이익세 같은 구체적인 기금 조성 방안이 거론됐고, 현재 진행 중인 성과급 상한 해제 협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기존 조항을 백지화한다는 주장까지 포함됐다. 특히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관련 공문을 보냈다는 내용도 함께 퍼져나갔다.
관계 부처의 즉각 반박과 경고
고용노동부는 즉각 입장을 내고 “전혀 근거가 없으며 사실과 다르다”며 “악의적으로 유포할 경우 수사기관 신고 등을 통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정부가 해당 공문을 발송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정부는 이 같은 허위 정보가 사실과 일부 실제 정책 논의를 섞어 만들어졌기 때문에 파급력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노동부는 오는 7월 성과급과 기업 초과이윤의 사회 재분배에 관한 토론회를 준비 중이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천문학적 초과이윤은 사회가 만들어낸 이익의 총량으로 볼 수 있다”며 재분배 논의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산업부가 성과급 협상 시 주주총회·이사회 통과 의무화 등 대안 마련에 나서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프랑스의 성과급 연 6300만 원 제한 사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점도 허위 정보 확산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 따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계 관계자는 “성과급 문제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의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시장까지 번진 왜곡된 정보
허위 정보는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9일 ‘한국 증시가 급락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해당 영상은 앤서니 스티븐스 블룸버그 경제 전문 기자가 지난 26일 진행한 인터뷰를 인용한 것으로, 코스피 급락 배경으로 애플 관련 우려, 오픈AI의 기업공개(IPO) 연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 등 여러 요인이 언급된 원본을 편집한 것이다. 편집본은 여러 요인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계획만 발췌해 마치 그 결정 때문에 증시가 급락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금융위원회는 즉각 “블룸버그 인터뷰 일부를 오역해 왜곡한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며 “잘못된 글을 악의적으로 유포할 경우 수사기관 신고 등 강력 대응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사례는 증시와 관련한 허위 정보 논란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원·달러 환율 급등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유튜브에서는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개인의 해외주식을 강제 매각할 수 있다”는 주장이 돌았다. 확인 결과 이는 일부 증권사의 해외투자 안내문에 포함된 위험 고지 문구(“천재지변, 전쟁, 법령 및 규정 등의 이유로 보유 주식이 강제 매각될 수 있다”)를 과장·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반복되는 패턴
부동산 시장 역시 허위 정보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2월과 이달 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재명 정부 부동산 종합대책안’이라는 허위 문건이 확산했다. 해당 문건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일부 내용이 실제 정책 방향과 일치하면서 시장 불안을 가중시켰다. 국토교통부는 즉시 수사 의뢰에 나섰다. 이 같은 사례들은 정책 발표 전후로 불분명한 정보가 시장 심리를 흔드는 전형적인 패턴으로, 전문가들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대 여당 체제와 집권 1년 차라는 조건 속에서 정책이 빠르게 추진되다 보니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국민이 출처 불분명 정보에 더 민감해지고, ‘이런 정책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커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과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지라시’가 더 쉽게 퍼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해석이다.
허위 정보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이 흐름 속에서, 정부가 얼마나 신속하고 투명하게 사실을 전달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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