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엄벌 요구 속 드러난 보호 시설 부족… 처분 후 사각지대
2026년 07월 01일

최근 들어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 저지르는 흉악 범죄가 잇따르며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촉법소년’이라는 나이 제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한 처분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엄벌 요구와는 별개로, 실제로 처분이 내려진 뒤 이들을 받아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대전MBC의 보도에 따르면, 촉법소년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정작 법원이 보호처분을 결정하더라도 수용 가능한 공간이 마땅치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한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전체 촉법소년 사건 가운데 약 30%는 심리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은 채 종결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부족한 보호 시설, ‘처분’ 이후의 사각지대
법원이 촉법소년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분 중 하나는 소년원 송치다. 하지만 소년원의 수용 인원은 한정적이다. 보호자의 감독 아래 두는 ‘보호관찰’ 처분 역시 가정 환경이 열악하거나 보호자가 실질적 관리 능력이 없는 경우 사실상 방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구조적 한계 때문에 검찰이나 법원이 처분을 결정하고도 ‘행선지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고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행법상 촉법소년은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라 보호처분 대상이다. 따라서 이들을 수용할 시설은 교정 시설보다는 ‘보호’와 ‘교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해당 시설의 수나 전문 인력, 프로그램 모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처분을 받고도 적절한 조치 없이 다시 사회로 돌아가 재범 위험에 노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리조차 열리지 못하는 30%의 사건들
대전MBC의 보도가 주목한 또 하나의 지점은 ‘심리 미개시 종결’ 사건의 비율이다. 전체 촉법소년 사건 중 약 30%가 심리조차 열리지 않은 채 사건이 마무리된다는 통계는 제도 운영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법원이 사건을 접수해도 보호자 소재 불명, 피해자 합의, 증거 불충분 등 다양한 이유로 정식 심리 절차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사건 종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에 대한 아무런 개입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해당 소년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차단할 기회를 놓친 셈이며, 피해자 입장에서도 제대로 된 사법 처리가 이뤄지지 않아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이 꼽는 근본적 과제: 처벌보다 시스템 정비
일각에서는 당장의 처벌 강화보다 선결돼야 할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촉법소년 범죄의 상당 부분이 가정 해체, 빈곤, 학대 등 사회적 요인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따라서 단순히 나이 기준을 낮추거나 형량을 높이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보호처분이 실제로 집행될 수 있는 시설 확충, 심리와 상담 프로그램의 강화, 그리고 보호자에 대한 지원 체계 마련 등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처럼 처분은 내려지지만 받아줄 곳이 없어 ‘서류상’으로만 끝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촉법소년 문제는 결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이제는 시스템을 보라
촉법소년에 대한 엄벌 요구는 분명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처벌의 칼날만 높인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처분 이후 이들이 제대로 보호받고 교화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여론의 분노는 다시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뿐이다. 제도 운영의 구멍을 메우는 일이야말로 지금 가장 필요한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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