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의 594일: 다큐멘터리가 담아낸 위기와 재건의 순간
2026년 07월 02일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한국 축구는 그야말로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해줘 축구’로 불릴 정도로 전술적 무기력과 불성실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고,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100억 원에 가까운 위약금을 물고 그를 경질했다. 그 뒤를 이은 홍명보 감독은 마치 ‘소방수’처럼 투입됐다. 클린스만이 남긴 혼란을 수습하고, 표류하던 대표팀을 다시 정상 궤도로 올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았다. 쿠팡플레이가 독점 제작한 6부작 다큐멘터리 <국대: 로드 투 노스 아메리카>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클린스만의 실패, 선수단 내 불화로 불거진 ‘탁구 게이트’, 그리고 축구협회에 대한 팬들의 거센 비판과 보이콧 사태까지 — 다큐는 이 모든 배경을 빠짐없이 짚어낸다.
594일의 여정, 그 뒤에 숨은 1200일
다큐 시놉시스에는 ‘대한민국 축구 황금세대의 운명이 걸린 북중미 월드컵, 승리를 위해 국대 축구팀이 달려온 594일간의 여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하지만 실제로 카타르 월드컵 이후 이번 대회까지 한국 축구에 주어진 시간은 1200일이 훌쩍 넘는다. 다큐가 굳이 594일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홍명보호 출범 이후 월드컵 진출이 확실시된 시점부터 집중하기 위함이다. 이 선택은 다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홍명보 감독과 그의 코칭스태프가 펼친 작업에 맞춰지도록 만든다. 과연 홍명보는 어떤 인물들을 데리고 왔을까.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 CP 출신의 주앙 아로소 수석코치를 비롯해 골키퍼·피지컬·전력분석 코치진까지 모두 포르투갈 인사로 채웠으며, 김진규·김동진 등 한국인 코치진도 함께 영입했다. 선수단 구성에서도 손흥민·이재성·김민재 같은 주축 멤버를 중심으로 이한범·엄지성 같은 젊은 피를 발탁해 신구조화를 꾀했다.
전술 변화와 유럽 출장, 그리고 선수들의 목소리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포메이션이다. 클린스만 시절 4백을 고수하던 대표팀은 홍명보 감독 부임 후 3백으로 전환했다. 선수 시절에도 3백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지만, 감독으로서 본격적으로 3백을 실전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큐는 이 전술 변화에 대해 이한범의 입을 빌려 “나라도 3백을 세웠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전한다. 또한 홍명보는 황희찬·김민재·이재성·황인범 등 해외파는 물론, 홍현석·배준호·오현규·엄지성·김지수·양민혁까지 유럽 각지에서 뛰는 선수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다큐는 이 과정에서 홍명보가 선수들과 나누는 간단한 조언, 고참 선수들이 후배와 어우러지는 일상적인 장면들을 포착해 내밀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비판 없는 다큐, 반쪽짜리 기록의 한계
월드컵 본선 진출 전까지 홍명보호는 14승 5무 4패의 성적을 거뒀다. 대부분 약체로 평가되는 팀들과 맞붙었지만 나쁘다고 말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월드컵 티켓을 확보했고, 안방에서 열린 EAFF 챔피언십에서 일본에 패해 우승을 놓친 점도 이해할 수 있는 범주라는 시각이 있다. 문제는 경기 내용이다. 팬들은 형편없는 경기력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다큐는 이 부분을 전혀 조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풀 죽은 선수들 앞에서 감독이 “내 보기엔 우”라며 독려하는 장면 등 긍정적인 면만 부각한다. 이 때문에 다큐가 홍명보호의 홍보물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원래 <국대: 로드 투 카타르> 시리즈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큰 주목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작품은 내부 고발이나 비판적 시각 없이 국가대표팀의 공식적인 이미지 메이킹에 그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종회가 남은 지금, 과연 다큐가 팬들의 냉소를 잠재울 만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