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이후 더 위험한 중동: 핵·호르무즈 갈등과 에너지 공급망의 딜레마
2026년 07월 03일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여곡절을 겪거나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핵 쟁점과 국제 수로 관리 권한이라는 복잡한 변수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 원칙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관리 체계 자체는 협상을 통해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휴전이 곧 위기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정부가 원유 비축을 확대하는 등 장기적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우리 정유시설이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되어 있어 단기간에 다른 지역 원유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도 함께 짚었다.
“뉴질랜드 대사가 걱정했다”…공급망 상호 의존의 역설
김 의원이 전한 일화는 한국이 더 이상 공급망의 수동적 수혜자나 피해자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뉴질랜드 대사는 한국이 정유제품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뉴질랜드는 전체 정유제품의 절반 이상을 한국에서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진 호주 측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하면 큰일 난다”는 경고와 함께, 한국의 LNG 최대 공급국이 호주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즉, 한국이 정유제품 수출을 막으면 호주도 LNG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김 의원은 이를 “공급망은 일방향이 아니라 상호 의존 구조”라고 규정했다. 그는 한국이 이제 세계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로 성장했기에, 경제 정책을 외교와 안보라는 두 축 위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단순한 통상 논리가 아니라 국가 간 협상과 신뢰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시대라는 진단이다.
AI 군비 경쟁, ‘터미네이터’가 현실이 되는 중
김 의원은 현재 국제질서의 변화를 영화 ‘터미네이터’의 현실화 과정에 비유했다. 과거 핵무기가 국제 질서를 결정했다면, 이제는 AI 무기를 먼저 확보한 국가가 새로운 패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핵확산금지조약(NPT)처럼 AI 기술 역시 일부 국가만 독점하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중국을 가장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와 민군융합 전략을 통해 AI를 군사 분야에 접목시키고 있다. 미국은 이를 최대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며, 대중 전략도 완전한 단절(디커플링)에서 핵심 기술만 통제하는 ‘스몰 야드, 하이 펜스’ 방식으로 전환했다. 김 의원은 “통상과 산업, 안보를 따로 볼 수 없다”며 AI, 반도체, 배터리, 드론, 우주, 사이버 기술이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국군의 첨단기술 개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쿠팡·구글 규제, ‘글로벌 스탠더드’가 답이다
최근 미국 정치권이 쿠팡과 한국의 온플법(온라인플랫폼법), 정보통신망법 등 국내 플랫폼 규제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글로벌 규제 조화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세계가 지켜보는 만큼 국제 기준에 맞춰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규제가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면, 한국이 국제 통상 분야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그는 또한 “손톱 밑 가시 같은 민생 입법”으로 전기차 배터리 실명법, 청약 알림 제도 등을 언급하며 의정 활동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별 법안들도 글로벌 통상 질서와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외교관 출신답게, 국내 법안 하나하나가 국제 관계에 미칠 파급력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전문 외교 인력의 부재,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김 의원은 공급망과 지정학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도 주요국 대사 자리가 상당수 공석인 점을 개탄했다. 전문성보다 다른 기준으로 인사가 이뤄지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 운영될 때 원유 비축을 늘리는 등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려면 현지 정세를 가장 먼저 파악하는 대사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현지 정보를 정책 결정에 바로 연결시킬 수 있는 전문 외교 인력을 신속히 배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경제와 안보, 외교가 얽힌 복합 위기 시대. 김건 의원의 발언은 단순한 정책 제안을 넘어,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가져야 할 태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앞으로도 이러한 통합적 사고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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