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트랜지스터 발명, 자동차 전자화의 서막을 열다
2026년 07월 02일

1947년 12월, 미국 뉴저지 벨 연구소의 한겨울 실험실에서 존 바딘과 월터 브래튼이 게르마늄 조각에 핀 두 개를 살짝 접촉시켰다. 소리도, 섬광도 없었지만 그 순간 전기 신호는 수백 배로 증폭되어 흘러나왔다. 인류 최초의 트랜지스터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 작은 소자는 이후 70여 년 만에 시속 100km로 질주하는 철제 마차의 두뇌이자 심장으로 진화했다. 진공관처럼 뜨겁지도 않고, 충격에 쉽게 깨지지 않는 이 ‘마법의 돌’은 오늘날 자동차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와 전자기기의 결합은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됐다. 196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보쉬가 선보인 전자제어식 연료분사 시스템 ‘제트로닉’이 그 신호탄이었다. 이후 ABS, 에어백, 전자제어 서스펜션 등이 차례로 도입되면서 차량 내 전자제어장치(ECU)는 점점 늘어났다. 1990년대만 해도 한 대당 10여 개에 불과했던 ECU는 현재 100개 안팎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기능이 많아질수록 배선이 복잡해지고 무게와 비용도 덩달아 올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중앙집중형 아키텍처다. 여러 개의 독립된 ECU 대신 몇 개의 고성능 중앙 컴퓨터가 차량 전체를 통합 제어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폰이 하나의 프로세서로 모든 기능을 처리하듯 자동차도 하나의 거대한 컴퓨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글로벌 강자들
현재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몇몇 글로벌 기업이 분야별로 확고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독일 인피니언은 안전 제어용 MCU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대표 제품군 ‘AURIX TC4x’는 28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설계됐으며, 조향·제동·파워트레인 같은 고신뢰 영역에서 최고 등급인 ASIL-D 안전 수준을 지원한다. 이 칩은 오류 발생 시 인명 사고로 직결되는 영역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중앙 컴퓨터 시장에서 사실상 표준으로 굳어졌다. 이 회사의 ‘DRIVE Thor’ 플랫폼은 프리미엄 자율주행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볼보는 전동화 SUV EX90에 초당 250조 회 연산이 가능한 DRIVE Orin 시스템온칩(SoC)을 탑재했으며, 향후 이보다 네 배 높은 1000조 회 연산 성능(1000 TOPS)을 내면서 에너지 효율은 일곱 배 개선된 DRIVE Thor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공식 밝혔다. 볼보의 짐 로완 최고경영자(CEO)는 DRIVE Thor 도입을 통해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의 확장성 증대와 안전성 개선, 비용 절감, 수익성 향상을 모두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센서와 배터리 관리, 숨은 승부처
이미지센서 분야에서는 온세미(onsemi)가 압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글로벌 차량용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온세미는 40%가 넘는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옴니비전과 소니세미컨덕터솔루션즈가 그 뒤를 이었다. 이 회사들은 글로벌 완성차와 티어1 업체들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카메라 생태계에서 핵심 공급사로 자리매김했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분야에서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 회사는 밀리볼트 단위의 정밀도로 배터리 상태를 감시해 화재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BMS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TI는 이 분야에서 확고한 영향력을 발휘 중이다.
완성차 경쟁력, 반도체 선택에 달렸다
과거 자동차 회사들은 엔진 기술만 확보하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어떤 반도체 플랫폼을 선택하느냐가 곧 차량의 인공지능 성능과 자율주행 수준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단순한 공급망을 넘어 전략적 동맹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이는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반도체 기술의 발전 속도가 자율주행 시대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진화는 단순히 자동차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 전체의 미래를 바꿔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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