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 8년 만의 신작 ‘가능한 사랑’, 극장서 먼저 만난다…청불·164분·전도연·설경구 총출동
2026년 07월 03일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는 장편 영화 ‘가능한 사랑’이 예상과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당초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돼 OTT에서만 공개될 듯했지만, 극장에서 먼저 관객과 만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올 3분기 국내 극장에 선개봉한 뒤, 4분기 중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될 예정이다. 이 같은 결정은 제작 초기부터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둔 기획이었으나 투자 과정에서 넷플릭스 제작으로 전환된 데 따른 복합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 결과, 이 작품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해고 노동자들의 상실과 트라우마, 인간관계 회복 그리고 사랑을 다루는 과정에서 성적 신체 노출과 행위가 직접적으로 묘사됐기 때문이다. 러닝타임은 164분으로, 이창동 감독의 역대 장편 중 가장 길다. 극과 극의 삶을 살아가는 두 부부가 얽히며 네 사람의 일상에 균열이 퍼져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출연한다.
OTT와 극장 사이의 전략적 균형
넷플릭스가 극장 선개봉을 택한 배경에는 국제영화제 출품 요건을 충족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해당 작품이 제작국에서 최초로 공개돼야 하며, 상업 영화관에서 7일 이상 연속 상영돼야 출품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넷플릭스는 과거 ‘로마’, ‘아이리시맨’, ‘글래스 어니언’, ‘프랑켄슈타인’ 등에서도 같은 전략을 사용하며 영화제 출품 자격을 확보하는 동시에 작품의 대중적 화제를 높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 오리지널 영화에 이 전략을 적용하는 것이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가 넷플릭스 공개와 극장 상영을 병행하며 선례를 남겼지만, 이후 넷플릭스가 제작한 한국 영화들은 거의 모두 OTT 독점 공개를 고수해왔다. ‘가능한 사랑’은 국제영화제 출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극장을 먼저 선택함으로써 단순한 국내 흥행을 넘어 작품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창동 감독의 세계적 위상과 캐스팅
이창동 감독이 갖는 국제적 영향력도 이런 전략을 가능하게 한 핵심 요인이다. 그는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버닝’까지 꾸준히 세계 유수 영화제의 초청을 받아왔다. 특히 ‘밀양’으로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이 다시 한 번 이창동 감독과 호흡을 맞춘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감독의 이름 하나만으로도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전했다.
OTT와 극장의 경계는 이미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지난해 글로벌 열풍을 일으킨 데 이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3관왕에 오르며 OTT 오리지널 영화의 가능성을 확실히 증명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제한적 극장 개봉을 병행해 영화제 출품 자격을 확보하는 동시에 작품의 화제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한국 영화계에 던지는 함의
이번 시도는 한국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최근 한국 영화계는 투자 위축, 제작 편수 감소, 극장 관객 감소라는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OTT는 비교적 안정적인 제작 환경과 글로벌 공개라는 강점을 앞세워 감독과 배우들의 주요 활동 무대로 자리 잡았다. 극장과 OTT를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앞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그리고 이 전략이 향후 한국 영화의 유통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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