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체할 수 없는 ‘생명과 자유’의 경계, 석학 5인의 조언
2026년 07월 03일

인공지능 기술이 의료, 법률, 교육 등 고도로 전문적인 분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AI 석학 다섯 명이 한목소리로 내놓은 의견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명확한 규칙과 방대한 데이터가 존재하는 분야일수록 AI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모든 영역을 AI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미국 브라운대학교의 AI 담당 부총장인 마이클 리트먼은 “사법, 의료, 경찰, 상담처럼 사람의 판단과 공감이 본질적으로 요구되는 전문 영역은 AI에 외주화할 수 없으며, 반드시 인간이 직접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의 환자 진료나 판사의 재판 과정이 단순한 데이터 처리를 넘어 인간적 유대와 정서적 공감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생명과 자유가 걸린 영역, 인간의 손을 떠나선 안 돼
로봇 법학자로 알려진 라이언 칼로 워싱턴대 교수는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생명과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사법과 경찰 분야는 반드시 인간이 통제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게리 마커스 뉴욕대 명예교수는 “모든 중대한 결정에는 인간이 개입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인간 중심의 통제 방식을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은 역설적으로 AI의 데이터 처리 및 진단 능력이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의료 영상 판독이나 법률 문서 검토 같은 작업에서 AI는 인간 전문가를 능가하거나 적어도 위협할 정도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석학들이 ‘인간의 영역’을 규정하려는 시도 자체가 AI의 실질적 위협을 인정하는 셈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완전 대체를 주장하는 목소리, “모든 전문직이 AI로 대체된다”
이와 반대로 AI가 인간 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타임지가 선정한 ‘AI 분야 영향력 100인’에 포함된 벤자민 로스만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대 교수는 의료, 사법, 교육 등 모든 전문직이 예외 없이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의 효율성과 공정성이 입증된다면 인간이 맡아온 역할을 AI가 물려받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 석좌교수도 의료와 사법처럼 규칙과 데이터가 명확한 분야에서는 AI 대체 가능성에 동의했다. 다만 그는 “인류의 존속을 위해 필수적인 교육과 멘토링 분야는 대체될 수 없을 것”이라며 전망에 차이를 뒀다. 러셀 교수는 특히 인간 사이의 정서적 교류와 공동체 유지라는 측면에서 교육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일의 개념이 바뀐다, 생계 수단에서 인간관계의 활동으로
흥미로운 점은 다섯 석학 모두 일의 본질 자체가 변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기존처럼 생계 유지를 위해 노동을 해야 하는 시대는 저물고, 앞으로는 일이 인간관계와 공동체를 위한 활동으로 재정의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AI가 단순 반복 업무뿐 아니라 분석과 판단이 필요한 작업까지 대체하면서, 인간은 더 창의적이거나 공감 중심의 역할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처럼 갈리는 이유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사회적 수용성 사이에 큰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AI가 인간보다 객관적이고 효율적이므로 모든 영역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AI의 판단 오류나 편향 가능성,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 논쟁은 앞으로 수년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AI가 인간의 전문 영역을 완전히 대체할지, 아니면 보조 도구로 남을지는 기술 발전 속도와 사회적 합의에 달렸다. 분명한 것은 단순한 효율성만으로는 인간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는 가치, 이를테면 공감과 신뢰, 정의 같은 개념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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