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의 운명 결정,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인가 연장 여부가 청산 갈림길로

2026년 07월 03일

홈플러스 회생 법원

서울회생법원의 칼 끝, 존폐 갈림길에 선 대형마트

대형 유통기업 홈플러스의 앞날이 하루 안에 결정된다. 서울회생법원이 3일, 이 기업에 대한 회생계획안 인가 기한 연장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회생절차 종료를 결정한다면, 기업 청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직행하게 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일 기업의 생존을 넘어 국내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사건으로 주목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30일 법원에 수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이 계획에는 점포 재편과 임대료 조정, 희망퇴직 등을 통해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줄이고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영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연간 8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고, 3년 안에 150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포함됐다. 자산 매각과 수익성 개선을 바탕으로 회생채권을 갚고 인수·합병(M&A)까지 추진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대주주 vs 최대 채권자, 책임 공방 속 불확실성 증폭

회생 절차를 둘러싼 가장 큰 걸림돌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간의 첨예한 입장차다. 메리츠 측은 추가 긴급운영자금(DIP)을 조달하려면 MBK의 실질적인 자금 투입과 보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MBK파트너스는 지금까지 지급보증과 자금 지원을 통해 대주주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런 갈등 속에서 정치권과 노동계의 목소리도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MBK홈플러스사태해결TF는 지난 2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당국이 MBK를 엄정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후 서울회생법원을 방문해 회생 기한 연장과 고용 유지, 협력업체 보호를 요청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노동자들이 피눈물을 흘리는데 MBK는 직접 출자가 아닌 보증 중심의 지원만 내세우고 있다”며 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금 투입을 강하게 압박했다.

숨통이 막힌 공급망, ‘상품이 다시 들어와야’

법원이 회생 기한을 연장해준다 해도 난관은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법원이 요구한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하는 일이다. 홈플러스는 자구 노력과 사업성 개선 방안을 계획안에 담았지만, 자금 조달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영업 정상화 역시 절체절명의 과제다. 회생절차가 길어지면서 상당수 협력업체들이 납품을 중단하거나 축소했고, 매장은 자체브랜드(PB) 상품 위주로 채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배송 서비스까지 중단되면서 소비자 불편도 덩달아 커졌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이 다시 들어오는 것”이라며 “협력업체들이 대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공급을 꺼리고 있어, DIP가 확보돼야 밀린 납품대금을 지급하고 공급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상품 공급이 재개돼야 매출이 회복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지고, 그 시간을 활용해 M&A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산 시나리오… 4603개 협력사 ‘연쇄 도산’ 공포

반대의 경우, 즉 법원이 회생절차 종료와 청산을 결정하면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 고용된 인력뿐만 아니라 홈플러스에 상품과 용역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입점업체, 물류업체, 나아가 농가까지 공급망 전체가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들의 피해 우려는 특히 크다. 이들은 이미 납품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1일에는 국민신문고와 서울회생법원에 홈플러스 회생을 요청하는 탄원서와 직원 서명지를 제출했다. 이들에 따르면 전체 4603개 협력사 가운데 약 47%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파산하면 수많은 중소 협력사들도 판매 채널을 잃고 함께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연쇄 도산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들은 탄원서를 통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의 즉각적인 DIP 대출도 촉구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단순히 한 기업의 존폐를 넘어, 국내 대형마트 시장 재편은 물론 오프라인 유통산업 전반의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력과 사업성을 모두 입증해야 하는 홈플러스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유통업계는 이 칼날 위에 선 결정이 어떤 신호를 던질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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