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 1호 결재…강원도, GS·SK와 AI 데이터센터 3.4GW 대규모 투자 유치

2026년 07월 03일

우상호 강원도 AI 데이터센터

취임 첫날 결재한 1호 사업…‘AI 데이터센터 추진단’ 구성

우상호 강원도지사가 지난 1일 취임하자마자 서명한 첫 번째 결재 서류는 ‘AI 데이터센터 추진단(TF) 구성안’이었다. 이는 그가 취임 전부터 공들여온 대기업 유치 프로젝트의 시동을 거는 상징적인 조치였다. 지난 30일 춘천 도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 지사는 “GS그룹은 동해시에 2.4GW 규모, SK그룹은 강원권 전역에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각각 건설할 계획”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이 동시에 강원도에 투자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최근 정부가 ‘호남 반도체 투자’를 앞세우며 주목받고 있지만, 강원도 역시 조용히 대규모 투자 유치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 보고회’에 GS와 SK의 강원도 AI 데이터센터 계획이 포함됐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업의 요청으로 당시에는 구체적인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왜 강원도인가…‘전력 집약형 산업’에 최적지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수십 배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대표적인 ‘전력 집약형’ 산업이다. 수도권은 전력 공급에 한계가 있고 규제도 까다로워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짓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강원도는 풍부한 전력 인프라, 낮은 인구 밀도, 상대적으로 완화된 규제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다. 우 지사는 “이런 조건 덕분에 수도권 대신 강원도가 AI 데이터센터의 최적 입지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과연 강원도가 대규모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을 충분히 갖췄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우 지사는 “한국전력과 협의해 345kV급 변전소 건설 등 필요한 인프라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며 SK의 구체적 입지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1GW급 데이터센터에는 345kV 변전소가 필수인데, 변전소를 짓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최적 부지를 찾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미 강릉 옥계 지역을 함께 방문하는 등 부지 선정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30조~120조원…강원도 1년 예산의 수십 배

투자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 지사에 따르면 GS그룹은 30조~120조원, SK그룹은 20조~70조원을 강원도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주변 산업 단지와 후방 산업까지 포함한 액수로, 강원도 역사상 단일 사상 최대 규모다. 도 1년 예산이 9조원임을 감안하면 수십 년 치 재정이 한꺼번에 유입되는 셈이다. 데이터센터 건설 공사에는 연인원 기준 2만 명이 투입되며, 완공 후에도 3000여 명의 상시 근무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 지사는 “GS와 SK가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는 국내 수요보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데이터 처리 시설”이라고 밝혔다. “강원도 하면 감자·배추를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앞으로는 구글·메타 같은 글로벌 기업을 연상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이 같은 발언은 지역의 이미지를 농산물 중심에서 첨단 산업의 거점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반도체 유치는 포기…AI·드론·청정에너지로 전략 선회

한편 전임 도지사가 추진했던 반도체 공장(팹) 유치 계획은 결국 무산됐다. 우 지사는 “삼성 측과 논의한 결과 원주 지역에 반도체 팹을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미 조성된 한국반도체교육원과 반도체 소모품 실증 센터 등은 관련 인재 양성에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강원도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청정에너지, AI 데이터센터, 드론 등 항공우주산업”이라며 이들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지역 현안인 도청 신청사 건립에 대해서는 “5000억원이 필요한데 현재 도 재정으로는 불가능하다”며 “기업 유치를 통해 세수를 확충하고 구도심을 먼저 활성화한 뒤에 추진하는 게 순서”라고 밝혔다. 이는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발전 전략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접경지 ‘청정에너지고속도로’…군사보호구역 해제와 맞물려

우 지사는 선거 공약 중 하나인 ‘접경지 청정에너지고속도로’ 구상도 구체화했다.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접경 지역의 문제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국방부가 민간인 통제선을 평균 2㎞ 북쪽으로 이전하고, 서울 여의도 150배 규모의 군사보호구역을 해제하기로 발표하면서 유휴 부지가 대거 생길 전망이다. 이 부지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를 조성하고, 생산된 전기는 지역 주민에게 공급하며 남는 전력을 판매해 수익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우 지사는 취임 전부터 청와대 및 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강조해왔다. “최근 화천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것도 당선자 시절부터 청와대·정부와 소통하며 이뤄낸 결과”라며 “앞으로도 중앙과 긴밀히 협력해 강원도 현안을 하나씩 풀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내건 적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말을 한 적도 없다”면서 “앞으로 4년 동안 도민들을 희망고문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이번 AI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가 강원도의 산업 지도를 어떻게 바꿀지, 수도권 집중화가 심화된 한국 경제에서 지역 균형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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