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AI 규칙은 시민이 정해야”…IAEA 모델 국제기구 제안
2026년 07월 03일

인공지능 업계를 선도하는 오픈AI의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이 AI 기술의 안전성과 형평성을 담보할 국제적 협의체를 제안했다. 그는 1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첨단 AI 모델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기술 혜택을 전 세계가 골고루 누릴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국제 프레임워크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올트먼은 특히 “안전 기준 마련은 AI 기술 확산의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하며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가 내세운 모델은 냉전이 한창이던 1957년 설립된 국제원자력기구(IAEA)다. 올트먼은 “당시 국제 정세가 극도로 첨예했음에도 원자력이라는 민감한 기술에 대해 국가 간 협력이 가능했다”며 “AI 분야에서도 이런 성공 사례를 반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이 주도권을 잡아 보편적 기준을 수립하고, 독립적인 전문가 집단이 AI의 역량과 위험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뒤 그 결과를 각국 정부와 기업에 제공하는 체계를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은 연구소에서, 결정권은 민간에
올트먼은 기고문에서 “기술의 발전은 연구소에서 이뤄지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쓸지는 시민이 선택한 대표자들이 민주적 절차로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소수의 기업이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AI 거버넌스를 민간 영역으로 환원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AI 개발 속도가 규제를 크게 앞지르는 현실에서,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발언으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올트먼이 기업의 이익 공유 방식에도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오픈AI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자사 지분 5%를 넘기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올트먼은 그간 “AI로 창출된 경제적 가치를 국민과 나누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부에 지분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 제안이 현실화된다면, 민간 AI 기업이 정부와 이익을 공유하는 전례 없는 구조가 탄생하게 된다.
IAEA 모델, AI 시대에 적용 가능할까
올트먼의 제안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AI 기술이 가진 이중적 속성이 자리한다. 원자력이 에너지원이자 무기로 활용될 수 있었던 것처럼, AI 역시 생산성 혁명을 이끌면서도 오용 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업계 일각에서는 “IAEA가 냉전 시절 핵 확산을 제한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글로벌 경쟁 구도는 원자력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기구가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논점은 규제의 실효성이다. IAEA는 회원국의 자발적 협력과 국제 사회의 압력에 의존하는 연성 규제 기구에 가깝다. AI 기술은 특허나 기밀로 보호되는 경우가 많아, 기업이 보유한 핵심 알고리즘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올트먼 스스로도 기고문에서 “간단한 틀을 제안하려 한다”고 전제한 점은, 이 구상이 아직 초기 단계임을 시사한다.
거버넌스 경쟁의 서막
올트먼의 발언은 단순한 제안을 넘어, AI 업계의 거버넌스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경쟁사도 다양한 형태의 AI 안전 협의체를 주도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세계 최초로 AI 규제법을 제정한 상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올트먼이 꺼낸 ‘민주적 결정’과 ‘국제 협력’ 카드는 기술 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정부 규제의 선제적 수용 의지를 드러낸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오픈AI 내부 거버넌스와 관련한 논란도 여전하다. 지난해 올트먼의 해임과 복직 사태에서 드러난 이사회의 혼란은, 기업이 주장하는 ‘민주적 원칙’이 과연 내부적으로도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을 남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자발적 규제만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올트먼이 제안한 국제기구가 실제로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가질지 구체화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AI가 인류 문명의 판을 바꾸는 결정적 시점에, 올트먼의 제안은 규제의 방향성을 놓고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원자력의 전철을 밟을지,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지는 국제 사회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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