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수급 대란에 샤오미 ‘세계 1위’ 꿈이 흔들리다

2026년 07월 02일

샤오미 스마트폰 반도체 가격

레이쥔의 꿈, 현실의 벽에 부딪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3~5년 안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르겠다”던 레이쥔 샤오미 회장의 발언은 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구호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붐이 메모리 반도체와 주요 부품 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잇달아 올해 출하 목표를 대폭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중저가 제품 비중이 절대적인 이들 업체는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고스란히 전가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많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기형적 구조에 빠져든 셈이다.

반도체 수급 대란, 중저가폰 직격탄

문제의 발단은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수요가 폭증하면서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서버용 제품에 생산라인을 집중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여파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D램, 낸드플래시, 인쇄회로기판(PCB) 등 주요 부품의 공급이 타이트해지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 특히 충격은 프리미엄이 아닌 보급형 제품에 집중됐다. 고급 스마트폰은 AI 기능 강화나 고사양 부품 도입을 핑계로 가격을 올릴 여지가 있지만, 중저가 시장은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크다. 샤오미가 자랑하던 ‘가성비’ 전략은 치명타를 맞았다. 부품값이 뛰는 만큼 출하량이라도 줄여 손실 폭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업체들의 고육책이다.

샤오미 출하 목표, 1년 만에 반토막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곳은 단연 샤오미다. 지난해 약 1억7000만 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던 이 회사는 올해 초 소비 둔화를 감안해 목표치를 1억3500만 대 수준으로 내렸다. 그런데 최근 부품 부족과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목표를 다시 9500만 대 안팎으로 대폭 낮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불과 1년 전 출하 규모의 절반 수준이다. 샤오미뿐만 아니다. 오포와 비보 역시 올해 출하 전망치를 9000만 대 미만으로 하향 조정했다. 아너는 공급망에 지난해와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화웨이가 사라진 빈자리를 빠르게 메우며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던 중국 업체들이 일제히 브레이크를 밟은 모양새다.

삼성전자, 반사이익? 변수는 여전

이런 흐름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갤럭시 S·Z 시리즈 등 프리미엄 제품군 비중이 높아 중저가 중심 중국 업체보다 가격 전가 능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이 부품난과 수익성 악화로 물량 확대에 제동이 걸리면,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 넓힐 기회가 생긴다는 관측이다. 다만 삼성전자도 일부 신흥 시장에서는 중저가폰 비중이 만만치 않다. 부품 가격 상승이 결국 전 모델의 원가를 압박한다면, 수요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업체들의 물량 축소가 곧바로 삼성 점유율 확대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글로벌 전망, ‘안드로이드 감소폭 더 클 수도’

시장조사기관들은 상황을 더 어둡게 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부품 공급난 여파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약 14%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IDC는 특히 안드로이드 진영의 출하량 감소폭이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중저가 비중이 높은 중국 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이 스마트폰 시장의 역설을 만들어낸 셈이다. 고성능 반도체를 향한 수요가 곧 중저가 스마트폰의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가성비의 종말? 업계 재편 신호탄

스마트폰 시장의 패러다임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워진 시대가 왔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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