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열풍과 고용 강세, 연준의 ‘조금 제약적’ 발언에 모호한 딜레마 남기다
2026년 07월 03일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스페인에서 열린 방코 데 에스파냐 콘퍼런스에 참석해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은 조금 제약적인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이 말에 곧바로 단서를 달았다. AI(인공지능) 분야의 투자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력하고, 고용시장이 여전히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 다음 행보를 확정 짓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데일리 총재는 “지금 당장 결정할 수는 없다”며 “금리에 대해 잘못된 선제 안내를 제공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인하나 인상 시점에 대해 연준이 특정 신호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동시에 경기 둔화에 대비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한 셈이다.
AI 투자 열풍이 만들어낸 딜레마
데일리의 발언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AI 관련 투자 성장을 변수로 꼽은 점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생성형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에 대한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생산성을 높이고 장기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위험도 있다. 데일리는 “AI 기술에서 투자 성장이 과도하게 강하다”고 표현하며, 이것이 연준으로 하여금 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임을 시사했다.
한편 고용시장은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업률이 낮고 일자리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연준이 긴축을 완화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데일리의 언급은 “고용시장이 안정적인 점”을 다음 행보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두 번째 축으로 지목한 셈이다. 이로 인해 연준은 “경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침체를 막아야 하는” 좁은 길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두 가지 상반된 시나리오 제시
데일리 총재는 자신이 염두에 두고 있는 두 가지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첫 번째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끈덕지게 지속되어 연준이 추가 긴축에 나서야 하는 시나리오다. 두 번째는 성장 자체가 자체적인 힘을 잃거나, AI 투자에서 기대한 만큼의 이득이 나타나지 않아 투자가 둔화되는 경우다. 이 경우 오히려 경기 부양을 위한 완화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
이처럼 상반된 두 전망을 동시에 내놓은 것은 시장에 명확한 방향성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데일리는 “내 생각엔 인플레이션이 더 끈덕지게 지속돼서 우리가 싸워야 하는 시나리오가 있다”면서도 “사람들이 아직 투자에서 이득을 확인하지 못해 투자가 둔화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연준 내부에서도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워시 의장의 그늘 아래서 보조 맞추기
데일리 총재는 과거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으로 분류되어 왔다. 하지만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의 선제 안내(forward guidance) 자체에 회의적인 입장을 반복적으로 표명하면서, 데일리 역시 이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워시 의장은 취임 이후 “시장과의 소통에서 지나친 확신을 주지 말라”는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데일리가 이날 “잘못된 선제 안내를 제공할 수는 없다”고 발언한 배경에도 워시 의장의 영향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준 내에서도 정책 방향에 대한 이견이 존재할 수 있지만, 적어도 대외 메시지에서는 통일성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 경제 지표 하나하나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데일리의 발언은 당장의 정책 변화를 암시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인하 시점이 더욱 멀어질 수도 있다는 신호를 줬다. AI 붐이 가져올 생산성 혁명과 인플레이션 압력 사이에서 연준은 한동안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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