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도하에서 간접회담 재개…루체른 정상회의 후속 실무협의 착수

2026년 07월 01일

미국 이란 카타르 회담

‘간접 회담’ 수순, 정상회담 후속 조치

미국과 이란 간의 외교적 물밑 작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지 시각 1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양국 실무대표단이 간접 회담을 열 예정이라고 AFP 통신이 전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접촉은 지난 스위스 루체른 호수 정상회의에서 마련된 합의의 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기획됐다.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중재자로 나서며, 양국 대표는 직접 마주 앉지 않고 제3국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미국과 이란 당국자들이 루체른에서 도출된 성과를 토대로, 도하 현지에서 카타르 및 파키스탄의 중재자와 함께 실무 차원의 간접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몇 주간 이어진 양국 간의 신중한 신호 교환과 맞물려 있다. 특히 동결자산 해제 문제가 핵심 의제 중 하나로 거론되면서, 이번 회담이 단순한 의례적 만남이 아닌 실질적 성과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엇갈린 공식 입장, 실제 일정과 괴리

그러나 공식 채널을 통해 나온 발언은 이 같은 보도와 온도 차를 보인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향후 며칠간 미국 측과 어떤 수준의 회담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도하 일정에 대해 “카타르 측과의 양해각서 이행 상황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여기에는 동결자산 해제 관련 조항도 포함된다고 부연했다. 즉, 이란 측은 공식적으로는 ‘美·이란 직접 협상’이라는 틀을 부인하면서도, 실무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카타르 정부 역시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마지드 빈 모하메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고위급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실무 협의가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을 경우에만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결국 세 주체 모두 ‘고위급 회담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협상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외교적 줄타기가 엿보인다.

동결자산 해제와 핵 협상의 연결고리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언급한 ‘동결자산 해제’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오랜 쟁점이다.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다수의 금융 제재를 부과했고, 이에 따라 이란은 해외에 막대한 자금이 묶여 있는 상태다. 이란 측은 제재 완화와 자산 회수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지난 몇 차례 협상에서도 이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루체른 회담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는 외교 소식통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이번 간접 회담에서 자산 해제의 구체적 로드맵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외교 분석가들은 “미국과 이란 모두 공개적인 대결 구도보다는 제3국을 통한 실무 협의를 선호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양국 내부의 강경파를 의식해 직접 회담이라는 상징적 무대를 피하면서도, 실제로는 협상 테이블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중재자로 나선 배경에는, 두 나라가 이란과 미국 양측에 비교적 중립적인 외교적 접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정세와 미국의 전략적 고민

이번 도하 회담은 단순히 이란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은 중동 전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 외교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란과의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것은 핵 협상뿐 아니라 예멘 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등에서도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란이 최근 우라늄 농축 수준을 높였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가 나온 상황에서, 이번 협상의 성패는 국제 사회의 신뢰 회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양측 모두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란 측은 “계획된 회담이 없다”고 부인했고, 미국 측도 공식 논평을 자제하고 있다. 실제로 실무 협의에서도 주제가 동결자산에만 집중된다면, 핵 합의 복원이라는 근본 과제로는 나아가기 어려울 수 있다.

전망: 신호는 보냈지만 본격적 협상은 요원

이번 도하 회담이 양국 관계에 새로운 물꼬를 틀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지연에 그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실무 협의가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지려면 가시적 성과가 필수적이며, 그나마도 양국 내부의 정치적 변수에 의해 언제든 좌초될 수 있다. 외교적 협상은 때로는 침묵 속에서 가장 큰 진전이 일어난다는 말이 있듯, 지금의 소극적 신호들이 어떤 결과로 수렴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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