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숨고르기 속 K뷰티株 순환매…실적 대비 저평가된 소비재 주목

2026년 07월 03일

화장품 소비재주 강세

반도체 주춤하자 소비재株로 자금 이동

미국 메타의 실적 악화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이 동반 하락한 2일, 증시에선 이례적인 흐름이 연출됐다. 줄곧 반도체에 집중됐던 투자자들의 시선이 소비재 쪽으로 급격히 옮겨간 것이다. 한국콜마는 6.46%, 코스메카코리아는 4.59% 급등하며 장을 마감했고, 전날까지도 에이피알과 아모레퍼시픽이 강세를 보인 데 이어 이날은 화장품주 전반이 힘을 받았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반도체 과열에 따른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실적 대비 저평가된 소비재 업종으로 자금이 흘러들어 ‘순환매’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고 해석한다. 실제로 지난 6월 셋째 주만 해도 화장품 업종 65개 종목 중 52개가 하락하는 등 철저히 외면받던 분야였다.

K뷰티 실적, 시장 기대 뛰어넘다

화장품 기업들의 최근 경영 성적표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시장의 관심이 전적으로 반도체에 쏠리면서 그 실적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K뷰티 대표주자인 에이피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934억원, 영업이익 152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3%, 174% 폭증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특히 해외 매출이 5281억원으로 무려 179.9% 급증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이러한 체력 덕분에 에이피알은 상장 1년 4개월 만에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을 추월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OEM·ODM 업체들도 힘을 보탰다. 한국콜마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2% 늘었고, 코스메카코리아는 78% 증가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하나증권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현재 성장 속도라면 4~5년 내에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1위 화장품 수출국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올해 화장품 수출액이 125억 달러로 9.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화 약세와 유럽 등으로의 수출 다변화 전략이 실적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식품·유통주도 ‘방긋’…외국인 관광객 효과 톡톡

화장품주에만 국한된 흐름이 아니다. CJ제일제당은 이날 4.54% 급등했고, 오리온과 롯데웰푸드도 각각 1.68%, 5.62% 상승했다. DS투자증권 장지혜 연구원은 CJ제일제당에 대해 “현 주가가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실적 부진 우려는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며 “사업 구조 재편과 재무 개선 성과가 가시화되면 주가 반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유통 업종도 강세를 보였다. GS리테일은 6.14%, 이마트는 1.33% 올랐다. 이 같은 상승세의 배경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소비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백화점주가 최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간 것은 외국인 카드 소비액 증가가 가장 먼저 반영된 결과”라며 “1월 1조1000억원 수준이던 외국인 카드 소비액이 5월에는 2조1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원화 약세가 한국의 쇼핑·시술·숙박 등 서비스 가격 매력을 높여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반등은 일시적’ 신중론도 여전

다만 최근의 흐름을 소비재주의 본격적인 ‘부활 신호’로 읽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한, 당분간은 반도체 중심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반도체가 주도주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동안 소비재주의 반등은 단기 순환매 성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럼에도 국내 화장품 수출이 글로벌 2위로 도약한 점, 외국인 관광 소비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점, 그리고 개별 기업 실적이 견조한 점은 소비재 업종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쏠림 현상이 완화되는 시점마다 소비재주의 존재감이 커질 것”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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