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베이징 정상회담서 ‘투키디데스의 함정’ 극복 강조…美 패권 쇠퇴 속 평화적 전환 모색

2026년 07월 03일

신질서 설계자 국가

베이징 정상회담, 역사적 전환점이 되다

2026년 5월 14일, 베이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한 가지 화두를 던졌다.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넘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신흥 강국과 기존 패권국 사이의 충돌 가능성을 정면으로 경고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가 제시한 개념으로, 신흥 강국이 기존 패권국을 위협할 때 두 국가가 결국 무력 충돌로 치닫는 현상을 일컫는다. 앨리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500년간 16번의 함정 사례 중 12번은 전쟁으로 이어졌고, 단 4번만이 평화적으로 극복됐다. 시 주석은 이 개념을 정상회담 화두로 꺼내들며, 중국이 전쟁이 아닌 평화적 해법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패권의 현주소: GDP 26%, 제조업 16%로 추락

한때 세계 GDP의 절반을 넘었던 미국의 경제력은 2024년 기준 26%로 줄어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전 세계 제조 능력의 50% 이상을 차지했던 미국의 위상은 2024년 약 16%로 축소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봉쇄 정책을 통해 무너지는 패권을 되살리려 했으나 실패로 끝났고,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아래 동맹 체제 자체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다극 체제와 다자주의’를 내세우며 글로벌 공급망과 제조업의 압도적 우위를 기반으로 개발도상국들의 지지를 얻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이런 충돌은 70여년간 유지돼 온 전후 체제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한 전문가는 “미국이 만든 수직적 동맹 구조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세계는 질서의 공백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합종연횡의 시대, 각국 전략 자율성 극대화

김희교 광운대 교수는 저서 「다시 만난 세계 – 무질서 시대, 신질서의 설계자들」에서 이 시대의 핵심 특징으로 ‘합종연횡’을 꼽았다. G2가 각자 신질서를 주도하려는 가운데, 유럽과 아세안,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은 자국 이익에 따라 연합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러시아와 신동맹을 체결했고, 캐나다는 탈미국 기조를 선언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반대에도 이란과 수교를 재개했으며, 인도는 유엔 제재를 무시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적극 수입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 지배 체제 아래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이란 전쟁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은 UAE는 미국이 더 이상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과거 미국의 일방적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각국이 자발적으로 외교적 다각화를 추구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한국, ‘설계자’가 될 것인가 ‘부속 국가’로 남을 것인가

무질서 시대에 접어든 한국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미국과 ‘수직적 동맹 구조’를 맺고 있는 한국이 신질서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생존과 미래를 결정짓는 문제로 떠올랐다. 김 교수는 “무질서 시대에 개별 국가가 누릴 수 있는 전략적 자율성의 폭은 국가체제, 안보전략, 경제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으로 확대된다”고 분석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 책을 ‘이 시대의 강력한 필독서’로 추천하며, 한국이 강대국의 부속 국가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신질서의 설계자로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선택지들이 열리는 이 순간, 한국의 대전략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신질서의 윤곽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각국은 자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최대한 활용해 주도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이 흐름을 타고 능동적 설계자로 거듭날지, 아니면 과거의 질서에 머물며 수동적 위치에 만족할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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