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 아들 ‘여고생 살해’ 핵심 증거물 성인 인형 폐기…감찰 조사
2026년 07월 03일

‘여고생 살해범’으로 알려진 장윤기의 아버지가 수사에 결정적인 성인 인형을 없앤 정황이 포착됐다. 이 인형은 장윤기의 성범죄 의도를 입증할 수 있는 물건으로, 검찰과 경찰 수사선상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졌던 증거물이다. 문제는 이 증거를 폐기한 사람이 현직 경찰관이라는 점이다. 장 씨의 부친은 현재 경찰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며, 경찰청은 이 사실을 확인한 뒤 곧바로 감찰에 돌입했다. 피의자의 친족이자 동시에 법 집행 기관 구성원이라는 이중적 지위가 사건의 신뢰성을 흔들고 있다.
장윤기는 지난해 미성년자 여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수사 과정에서 성범죄 동기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런데 핵심 정황 증거인 성인 인형이 사라지면서 사건 전모를 규명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증거 인멸이 의도적으로 이뤄졌다면 별도의 범죄 성립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장관이 꺼낸 ‘친족 특례 조례’…제도적 허점이 도마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친족 간 증거인멸 특례’ 조례의 개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현행법상 피의자의 가족이 증거를 없앤 경우 일반인보다 처벌 수위가 낮아지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윤기 부친의 행위가 이 법적 공백을 정확히 겨냥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가족의 신분을 이용한 증거 은닉을 막을 장치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는 아직 구체적인 법안 개정 방향을 밝히지 않았으나, 장관의 발언 자체가 상당한 무게를 지닌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특히 장 부친이 경찰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내부 징계와 별도로 형사처벌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경찰청 감찰관실은 현재 장 부친을 상대로 증거 폐기 경위와 동기를 집중 조사 중이며, 만약 고의성이 인정되면 직위 해제 등 중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무원의 사적 감정’이 공적 신뢰를 깨뜨릴 때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경찰관의 일탈을 넘어, 공직 사회 전반의 신뢰성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국민 다수는 경찰이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정작 수사 기관 구성원이 피의자의 가족일 경우 그 기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을 이번 사례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찰관이 자신의 아들을 위해 증거를 없앴다면, 이는 직무 유기를 넘어 공적 권위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꼬집었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핵심 증거가 조용히 사라지고, 그 행위자가 현직 경찰관인 경우는 드물다. 전문가들은 “경찰 내부 감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감찰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사건 이후에도 남은 숙제…증거 관리 체계의 근본적 재검토 필요
이번 사태는 증거물 관리 체계에도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중요한 증거가 어떻게 경찰관인 가족의 손에 쉽게 접근될 수 있었는지, 또 폐기 행위가 왜 바로 적발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현재 경찰청은 장 부친의 감찰과 별도로 증거물 관리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규정만 바꿔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외부 감시 기구의 개입이나 독립적인 증거 보관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무부와 경찰청이 어떤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 그리고 장 부친의 감찰 결과가 언제, 어떤 수준으로 공개될지가 향후 관건이다. 사건의 진실을 가리려 한 시도가 오히려 더 큰 조명을 받게 된 셈이다.
#장윤기 #증거인멸 #경찰감찰 #성범죄 #법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