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후 리콜 152건 폭증… 포드, 해고한 베테랑 엔지니어 350명 다시 불러들였다

2026년 07월 03일

포드 AI 베테랑

AI에 밀려난 숙련공, 다시 불려나다

인공지능(AI)이 가져올 효율성에 매료된 기업들이 과감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Ford)는 지난 2020년 이후 차량 품질 검사와 설계 검토 과정에 AI를 도입하면서 무려 5000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그러나 이 결정은 곧바로 악재로 돌아왔다. AI가 처리한 품질 관리에 구멍이 생기면서, 지난해에만 포드는 리콜을 152건이나 진행해야 했다. 이는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였다.

결국 포드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이미 퇴직했던 베테랑 엔지니어 350명을 다시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신입 직원 교육과 설계 검토 업무는 물론, AI 도구 자체를 개선하는 작업까지 맡고 있다. 회사 측은 “AI는 뛰어난 도구이지만, 입력된 정보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며 “우리는 AI에 요구 사항만 넣으면 고품질 제품이 저절로 나올 것이라고 착각했다”고 털어놨다. ‘AI 부메랑’ 현상이 미국 산업 현장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6개월 만에 만족도 추락… 핀테크 기업도 백기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2024년 AI 비서 시스템을 도입하며 “700명의 상담원이 하던 업무를 AI가 처리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후 인간 상담원 1000여 명을 해고했고, 신규 채용도 1년 넘게 중단했다. 하지만 상황은 6개월 만에 급변했다. 고객 만족도가 급락한 것이다. 클라르나는 결국 고객이 원할 경우 언제든 사람 직원과 통화할 수 있는 체계로 선회하며 고객 서비스 인력을 다시 뽑기 시작했다. 세바스티안 시미아트코프스키 CEO는 “비용 절감만을 추구한 전략이 과했다”며 “앞으로는 인간 상담의 품질 향상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인사 컨설팅 기업 로버트 하프(Robert Half)가 미국 채용 담당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2%가 AI를 이유로 특정 직무를 없앴다가 이후 같은 자리를 새로 채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시장조사 업체 포레스터(Forrester)의 조사에서는 고용주의 55%가 AI 때문에 직원을 해고한 사실을 후회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가트너(Gartner)는 AI로 인해 고객 서비스 및 운영 인력을 줄인 기업 중 절반가량이 오는 2027년까지 유사한 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다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트너는 “AI는 인간의 전문성, 공감 능력, 그리고 상황 판단력을 완전히 따라잡을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IBM도 인력 감축 후 ‘신입 채용 확대’로 선회

글로벌 IT 기업 IBM도 예외는 아니다. IBM은 휴가 신청이나 급여 관리와 같은 인사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시스템 ‘애스크HR(AskHR)’을 도입해 일상적인 인사 관리의 94%를 자동화했다. 이에 따라 인사 담당 직원 200여 명을 감축했다. 그러나 AI 챗봇은 남은 6%의 업무, 즉 윤리적 갈등이나 복잡한 조직 내 이슈, 직원 간의 미묘한 소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사무직 전체 인력의 30%에 해당하는 7800명 감원을 검토했던 IBM은 올해 미국 내 신입 채용 규모를 기존보다 3배로 확대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AI의 영향력이 모든 직군에서 부메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주로 하는 초급 개발자나 단순 사무직은 AI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는 추세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2026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고용 규모는 2022년과 비교해 약 20% 줄어들었다. 반면 30~40대 개발자 고용은 오히려 10~15% 증가했다. AI가 생산한 코드를 검증하고 전체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숙련된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미국 채용 컨설팅 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AI 도입을 명목으로 해고한 직원 수는 2024년 1만2742명에서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10만1743명으로 급증했다. AI가 사람의 필요성을 재확인시킨 분야가 있는 반면, ‘대체 가능한 노동’의 가치는 더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사람만의 영역’이 더 비싸진다

흥미로운 점은 AI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실리콘밸리 내 기업들조차 단순 개발자보다 인간 고유의 역량을 지닌 인재를 더 높은 가치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AI 기업 앤스로픽(Anthropic)은 현재 ‘커뮤니티 리드(Community Lead)’라는 직책을 채용 중이다. 이 직무는 기술 개발보다 조직 내 사람 간 협업과 소통을 조율하는 역할로, 최대 연봉이 32만 달러(한화 약 5억 원)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가 해내지 못하는 인간 특유의 판단력과 소통 능력, 현장 경험은 오히려 더 귀중해지고 있다”며 “기업이 AI를 많이 도입할수록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하고 예외 상황을 처리하며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인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는 분명 생산성 향상의 강력한 도구지만, 그 바탕에는 여전히 인간의 경험과 통찰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기업들이 단순한 비용 절감 논리를 넘어, AI와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결국 기술의 진화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활용하는 인간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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